지난해 주력사업인 광학솔루션 수익성이 부진했던 LG이노텍이 자동차 전기·전장 장비사업인 전장을 키운다. 자율주행 등으로 커지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 진출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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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LG이노텍은 차량용 반도체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듈을 통해 전장부품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AP 모듈은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 차량 전자시스템을 제어하는 부품으로, 자동차의 '두뇌'로 불린다.
자동차가 '엔진이 탑재된 기계'에서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AP 모듈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전 세계 차량에 탑재된 AP 모듈은 올해 총 3300만개에서 2030년 1억 1300만개로, 매년 22%씩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차량에 적용된 PCB(인쇄회로기판) 기반 반도체 칩으로는 한계가 있다.
LG이노텍 차량용 AP 모듈 특징은 작은 크기다. 6.5cmx6.5cm 모듈에 통합 칩셋(SoC), 메모리 반도체,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400개 이상의 부품이 내장됐다. AP 모듈 크기가 줄면 메인보드 크기를 줄여 차량 설계에 여유가 생기고, 모듈 내부 부품간 신호 거리가 짧아 제어 성능이 높아진다. 올해 안으로 최대 95°C까지 동작이 가능하도록 방열 성능도 개선한다.
LG이노텍은 올 하반기에 AP 모듈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북미 등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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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21조2008억원)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15% 감소했다. '내실 없는 성장'의 원인은 회사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광학솔루션 사업의 악화된 수익성에 있다. 중국과 경쟁으로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납품하는 판매단가가 떨어지면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장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차량용 센싱·통신·조명 등 자율주행 부품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장 사업부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작년 LG이노텍 전장 사업부 매출은 2023년 1조9883억원에서 지난해 1조9406억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미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수주는 늘고 있다. 전장 신규수주는 2021년 1조3000억원, 2022년 3조원, 2023년 3조3000억원, 2024년 3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LG이노텍은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과 차량용 AP 모듈을 주축으로 2030년까지 반도체용 부품 사업을 연 매출 3조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차량용 AP 모듈은 제품 분류상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부이지만, 거래처 특성상 실적은 기판소재 사업부에 포함된다. 작년 기판소재 사업부 매출은 1조4600억원으로, 차량용 AP 모듈을 포함해 2030년까지 '3조원+알파'로 사업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인 것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차량용 AP 모듈 개발을 계기로 반도체용 부품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