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억원대 펀드 자산을 보유한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총 2300억원 규모 펀드의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라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운용 자금을 지원해준 대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자금 회수를 요청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은 내달말까지 ‘몽블랑4807’ 펀드를 비롯한 26개 개방형 펀드에 대해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급이 중단되는 자금 규모는 총 2296억원, 이 가운데 증권사가 TRS를 통해 대출해준 돈이 436억원, 알펜루트 자체 자금이 479억원, 나머지 고객 투자금이 1381억원이다. TRS 자금이란 자산운용사가 모집한 투자금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빌려 투자한 돈이다.
환매 연기를 결정한 펀드는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다. 이 외 개방형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연기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알펜트리측에 따르면 최근 개방형 펀드의 자산 대비 10% 이상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다. 이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실사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증권사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알펜트리의 펀드를 TRS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서들이 사모펀드 시장 악화로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자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TRS 대출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알펜루트측에 총 400억원 규모 TRS 계약의 중도 혹은 만기 상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의심스런 자산 대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1년 만기가 다가온 계약 일부에 대해 만기상환을 요청한 것일 뿐 자산운용사에 지급한 모든 TRS 증거금을 걷어들이는 방침을 세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알펜루트측은 이번 환매 연기 결정이 라임 사태 여파에 따른 것일 뿐 자사 펀드 대부분은 우량하다고 강조했다.
회사측은 "당사 펀드에는 고유 자금과 임직원 자금 447억원이 고객 자금과 함께 운용될 만큼 우량한 포트폴리오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라며 "펀드의 유동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익률의 훼손없이 안정화되고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자산의 보호를 위해 일정 시간동안 환매를 연기하는 것이 급매 및 저가매각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 방지의 측면에서 다수의 고객을 위한 더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으로 환매를 연기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알펜루트측은 라임 사태와도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르다고 소개했다. 회사측은 "현재 메자닌이 주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무역금융에 투자하는 회사가 아니라 벤처기업과 상장기업 등에 주로 투자하는 회사"라고 밝혔다.
또한 라임 펀드와 같은 모자(母子)형 구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자형 구조는 소수의 모펀드를 설정, 모펀드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자펀드를 운용하고 자펀드는 개별운용을 하지 않는 구조를 의미한다.
회사측은 "일부의 펀드에서 타 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것은 허용된 ‘fund of fund’구조로서, 수익자 사전 인지를 통해 다른 펀드를 매수하여 균형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목적으로 편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2013년 인티져인베스트먼트란 사명(이듬해 지금의 알펜루트로 변경)으로 설립한 회사다. 마켓컬리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만나씨이에이, 파킹클라우드 등 주로 벤처나 성장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1호이자 대표 펀드인 몽블랑4807은 출시 이후 수익률이 매년 25%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9월말 기준 최대주주는 운용을 총괄하는 김항기 대표(68%)이며 마케팅을 총괄하는 최보근 대표(22%)와 구조화금융본부장을 맡고 있는 윤동찬 이사(10%)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