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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삼성전자만 투자하는 펀드? 돌풍 비결은

  • 2020.11.16(월) 09:02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 인터뷰
사모에서 공모 선회·주변 만류 설득…올 설정액 최대 순증 
삼성전자 비중 조절해 알파수익 내는 단순·직관 전략 '적중'

최근 공모펀드 시장에서는 단순한 구조의 펀드 하나가 조용한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수탁고가 단숨에 2000억원을 넘어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P삼성전자알파펀드 얘기다.

이 펀드는 채권혼합형 펀드이면서 주식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다. 언뜻 보면 단순하지만 삼성전자 하나만 담고 삼성전자 비중 조절을 통해 플러스알파(+α) 수익를 추구하는 독특한 구조가 소위 먹혀들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알파펀드의 탄생만큼은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삼성전자만 담아보겠다는 과감한 아이디어와 삼성전자를 시의적절하게 매매하는 능력을 겸비한 운용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12일 삼성전자알파펀드 개발 주역인 정성한 센터장을 만나 숨겨진 탄생 비화와 인기 비결을 들어봤다. 

정성한 센터장은 보험부터 자문, 자산운용사까지 '바이 사이드(Buy Side)'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지금의 한화생명인 옛 대한생명 고유계정 주식운용부터 시작해 신영자산운용과 케이원투자자문을 거쳐 지난 2014년 9월 신한BNPP운용으로 옮겨 알파운용센터를 이끌고 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사진=신한BNPP자산운용)

◇ 오랜 경험과 절묘한 타이밍의 결정체

정성한 센터장이 삼성전자알파펀드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코스피지수가 2200에서 1800까지 빠지는 등 한국 증시만 유독 소외되면서 정 센터장을 포함한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매니저들이 회의감을 느낄 때였다.

정 센터장은 과거 케이원투자자문 시절 삼성전자를 운용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투자자문사 양대산맥 중 하나였던 케이원투자자문에서 발을 담갔을 당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운용했다. 케이원투자자문은 2010년 초반 브레인투자자문과 함께 삼성전자 보유 비중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다. 

"당시 코스피가 3배가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는 9배가 올랐죠. 어차피 박스권이라면 당시처럼 삼성전자 중심으로 투자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래 삼성전자알파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을 압도적으로 가져가고 몇몇 종목을 같이 담는 사모펀드 형태로 생각했다. 하지만 마침 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경색됐고 공모펀드로 전략을 선회했다. 

하지만 공모로 할 경우 삼성전자 비중을 시가총액 비중 이상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삼성전자 비중이 최대 25%로 제한되는 것이다. 고위험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에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공모펀드를 고려하면서 삼성전자 외 자산은 안정적인 단기 채권으로 구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수익률 목표도 4~5% 선으로 잡았다.

"단기채 중심의 운용과 과거와 달리 삼성전자 배당수익률이 코스피보다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판매보수를 충분히 상쇄 가능했고 삼성전자 매매 전략만 잘 짠다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그렇게 삼성전자알파펀드가 탄생했다.

◇ 출시 전 반신반의…진가 알려지며 반전 성공

삼성전자알파펀드가 실제 판매되고 펀드의 진가가 수탁고로 증명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펀드를 디자인해 제안을 처음 했을 때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해 수차례 설명회를 통해 설득에 나섰다. 삼성전자만 펀드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처음엔 주가연계증권(ELS)이 경쟁상품으로 먼저 지목됐다. 이 경우 기대수익률 면에서 불리할 수 있어 우려를 샀다.

하지만 정 센터장은 기대수익률이 높은 만큼 만기 때 마이너스(-)가 났을 경우 그대로 손실이 확정되는 ELS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손실이 나더라도 펀드 내 삼성전자 비중이 25%로 제한되는 만큼 손실률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펀드의 경우 계속 보유한다면 손실이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처음엔 트랙레코드가 없으면서 판매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이 많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알파펀드가 알려지며 이를 찾기 시작했다. 자산관리(WM)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에서도 판매가 늘고 있다. 

워낙 단순한 구조이다 보니 판매사들의 호기심도 자극했다. 코로나19도 전화위복이 됐다.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매수 기회로 활용한 것도 있지만 판매사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면서 펀드 전략에 대한 소통을 언택트로 진행했고 오히려 유튜브나 줌 등 화상 시스템을 통한 더 많은 판매채널과의 소통이 더 확대됐다. 오히려 코로나 덕분에 매니저의 전략 변경 리스크, 종목이 너무 심플한데 따른 의구심을 효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사진=신한BNPP자산운용)

◇ 운용의 묘 핵심 …새로운 알파펀드 고민중

삼성전자 매매 전략은 삼성전자알파펀드의 핵심이다. 대개 펀드 보유 종목으로서의 삼성전자는 주된 수익 대상이라기보다 '바이 앤 홀드' 전략을 통해 비중을 거의 유지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알파펀드는 삼성전자의 일정 비중을 계속 조정한다. 그만큼 삼성전자를 제대로 매매할 수 있는 운용의 묘가 필요한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알파펀드가 설정될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과 유사한 6만1300원이었다. 정성한 센터장이 초기 펀드 구성을 할 당시 대비로는 두 배 가까이 오른 가격대로, 설정 당시부터 삼성전자를 담고 갔다면 수익률이 크게 오르지 못했거나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 센터장은 설정 직후부터 삼성전자를 담지 않고 가격이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가격이 빠졌을 때 삼성전자를 담고 어느 정도 일부 비중을 줄여 차익실현을 하면서 말 그대로 알파 수익을 냈다. 

"삼성전자 주가가 1년에 20%가량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3~4% 정도는 매매 수익이 가능하죠. 설정 당시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했을 때여서 단기 꼭지로 판단하고 기다렸습니다. 마침 코로나가 발생하며 증시가 크게 내렸을 때부터 매수에 나섰죠."

특히 9월 이후 5만원대 초중반대일 때 자금이 활발히 유입됐는데 이에 앞서 그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와 이익추정치 상향 시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이 적중했다. 최근 역시 삼성전자 전망에 판단에 맞춰 비중을 계속 조절 중이다.

결국 구조는 단순했지만 삼성전자를 오랫동안 매매해봤던 오랜 경험이 뒷받침되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신한BNPP운용은 이를 십분 활용해 삼성전자를 포함하면서 펀드 형태나 보유종목 조합을 달리하거나 글로벌 알파 버전 등 다양한 펀드들을 기획 중에 있다.

지난 9월에는 국내 및 글로벌 운용 부서가 협업해 소수의 글로벌 유망기업에 압축 투자하는 '신한BNPP내가찾는펀드'를 출시했고 정성한 매니저가 이 펀드에 포함된 삼성전자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 차별화된 펀드 디자인 필요…소통하는 펀드 골라야

삼성전자알파펀드의 경우 설정액 순증으로는 올해 최고의 펀드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모 시장 부진에도 팔리는 펀드는 팔린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공모펀드 시장 부진에 대한 생각과 함께 펀드 투자팁도 요청했다. 

"펀드 시장 위축 뒤에는 정보 인프라가 잘 갖춰지면서 비대칭성이 없어진 영향이 큽니다. 정보의 속도가 워낙 빨라지다 보니 개인들도 쉽게 투자가 가능하고 지역이나 섹터배분 펀드를 굳이 살 필요성이 적어진 것이죠"

정 센터장은 이를 개인 투자자와 펀드 매니저들의 '무한경쟁' 시대로 표현했다. 그래서 펀드 매니저들이 개인들이 직접투자로는 따라갈 수 없는 차별화된 전략의 펀드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알파펀드가 주목받은 이유도 그런 니즈를 충족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채권을 섞어 운용을 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죠. 다양한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매니저들이 더 잘 압니다. 해외상품을 국내와 엮어서 만들 때도 상품 구성을 차별화해야 하고요"

너무 많아 선택이 쉽지 않은 펀드를 고를 때도 전략 제시를 투명하게 잘 하는 펀드들을 눈여겨볼 것을 조언했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단순히 '우리는 가치주에 투자한다', '우리는 성장주에 투자한다'라는 식의 펀드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삼성전자알파펀드 역시 정성한 매니저가 3~6개월 전망을 판매사들에게 제시하면서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

"각 상품군별로 대표 상품을 꼽아서 투자하되 고객과 소통을 잘 하는 펀드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그런 펀드들이 나오고 있죠. 운용사가 직접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달은 어렵지만 고객이 적극적으로 판매채널에 요구하면 펀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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