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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내재화·시스템화가 관건…한국형 기준 만든다"

  • 2021.05.26(수) 10:39

[창간기획]ESG경영, 이제는 필수다
김명서 한화자산운용 지속가능전략실장 인터뷰
"시스템화로 통일된 기준·일원화된 잣대 만든다"

ESG 경영이 대세다. 투자유치, 수주 등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핵심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금융투자, 스타트업 육성, 제품 개발 등 실질적인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다양한 ESG 경영활동이 이뤄지는 현장을 발굴해 공유함으로써 ESG경영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편집자]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어느덧 일시적인 테마를 넘어 하나의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ESG펀드로 물밀듯 자금이 몰려들면서 순자산이 매 분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 선진국에선 ESG가 이미 하나의 투자 잣대로 자리잡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초 주주와 고객사 CEO 서신을 통해 "ESG를 투자 지표로 삼겠다"면서 "이에 미진한 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라고 못 박은 바 있다. 말 그대로 ESG가 글로벌 투자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선 한화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대표 직속 ESG위원회를 발족하면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위원회를 통해 자칫 막연해 보일 수 있는 ESG에 대한 투자 철학과 기준을 정립하면서 실천적 방향성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그 중심에 김명서 지속가능전략 실장이 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는 ESG 후발주자"라면서 "조급한 마음으로 빨리 가는 것보다는 탄탄하게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게 적절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려면 ESG의 내재화와 시스템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현실에 맞는 통일된 기준과 일원화된 잣대를 만들어 맞춤형 ESG 전략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게 김 실장의 궁극적인 목표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자산운용 사무실에서 김 실장을 만나 ESG위원회를 비롯해 평가시스템 구축과 향후 계획 등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김명서 한화자산운용 지속가능전략 실장이 서울 63빌딩 내 한화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한화자산운용 제공

- ESG위원회의 활동 목표와 계획은 

▲ 한화자산운용이 위원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찾기 위해서였다. 리스크 관리는 물론 소통과 협업을 통해 장기적인 경영 안목을 갖추려는 차원이다. 회사 내부관계자들 위주로 의사결정을 하면 결국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추구해야 할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금융을 위해 제3자의 시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전사적으로 발전적인 상생관계로 나아가는 게 위원회의 목표다.   

- ESG위원회의 주된 역할은 

▲ 위원회는  회사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경영진이 잘못된 방향을 선택했을 때 내부 이사들로 구성된 조직에서 발견하지 못한 실책 등을 지적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필연적으로 단기 수익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회사 수장의 임기가 한정적이어서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상실하거나 간과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 등을 관리하고, 내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하는 위원회의 주된 임무라고 보면 된다.

- 위원회 설치 후 가장 달라진 부분은

▲ 아무래도 트렌드를 반영하는 역량이 강화된 것 같다. 금융회사로서 지속가능하려면 ESG 측면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특히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워싱(위장 친환경)'이 생기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거나 요새 주목받고 있는 기후금융과 관련해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등 발 빠르게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보고 후 검토를 거쳐 추진할 수 있다.

- ESG 평가시스템은 어떻게 만들고 있나

▲ 해외처럼 위험 노출도(익스포저) 등을 기준으로 만들고 있다. 익스포저는 국내 평가회사들이 잘 쓰지 않는 개념인데, 가령 지속가능보고서와 같은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았을 때 ESG 등급을 떨어뜨리는 제도다.  가령 지속가능보고서와 같은 자료가 없어도 산업별, 기업별 ESG 위험노출 수준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관리하는 고객과 관계가 어떤지, 서비스 질이 어떤지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회사 내부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펀드매니저들이 등급상 어느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투자 결정의 기준이 되는 셈인데, 이런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 업계에서 가장 먼저 위원회를 만든 배경은

▲ 한화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이 화두가 됐다. 실제 한화 금융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향후 계획에 대해 고민하다가 올해 초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더불어 그룹 회장님 신년사에도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인적으로 ESG 경영은 '탑-다운' 방식이 적합하다. 위에서 아래로 향해야 조직 상황에 맞게 시행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화자산운용은 2년 전부터 ESG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했고, 그 결과 위원회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ESG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

▲ 상품 개발 실무자들이 ESG를 알아야 관련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소통을 많이 한다. 더불어 외부기관 자료를 채용해 나름의 참고 데이터 등을 만들고, 실무적인 부분에 적용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ESG 평가 목록도 만들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블룸버그 등과 같은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이 관련 데이터를 판매하는데, 해외서비스 기관의 자료는 대부분 약 500개 기업 내외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내 평가회사들은 세부 데이터를 판매하지 않고 있어 한화자산운용만의 평가기준을 만들고 적용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 유망기업 발굴에도 평가시스템을 적용하나

▲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ESG 측면에서 아무런 이슈가 없는 기업들을 우리가 거꾸로 추적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회사들인데 ESG 등급이 양호하면서 리스크는 낮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여기에다 비즈니스 전망이나 현황까지 좋을 수도 있는데, 나름의 기준을 확립해 두면 이런 기업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기준은 통상 리서치 자료를 많이 활용한다. 이를 기반으로 ESG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기업들을 발굴한다. 상품의 포트폴리오에 현재 ESG 등급이 괜찮은 기업들을 다 같이 담아야 수익률을 담보하면서 상품 자체가 영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 다양하게 적용한다. 

- ESG 안착을 위한 필수 요소는

▲ 당장 안착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투자 트렌드에 가장 적합한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역할과 가치와 같은 요소들을 부여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가지 않으면 정착이 힘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ESG 측면에서 후발주자다. 조급한 마음으로 빨리 가는 것보다는 탄탄하게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 

- ESG 평가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 해외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매일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국내 시장만 보지 않는다. 선진 금융시장 수준으로 ESG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일단 선진시장 자료를 모아놓고 우리 환경에 맞게끔 맞춤형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이미 안정화된 해외 가이드라인이나 프로세스 등을 하나씩 도입하고 필요에 맞게 적용하다 보면 우리만의 것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만의 확실한 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평가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발전시켜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내재화'를 추구한다. 사실 ESG 맨파워를 키우는 것보다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을 통해 자료를 사오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외부적으로도 적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국내 현실에 정확하게 부합하지 않는 자료를 계속 쓰다 보면 적용 단계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즉 시스템화를 통해 통일된 기준, 일원화된 잣대를 만들겠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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