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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폭탄 여파' 외국계 증권사, 시장조성활동 '보이콧'

  • 2022.08.23(화) 09:39

골드만삭스·SG, 거래소에 불참 의사 밝혀
유동성 위축, 거래비용 증가 등 부작용 우려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주식시장내 시장조성자 활동에 대해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 활동을 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5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린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금융위원회가 과징금 조치를 무효 처리했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규제 리스크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장조성자 활동 불참으로 시장에서는 저유동성 종목을 중심으로 거래 비용 증가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비즈니스워치

골드만·SG, 시장조성활동 불참 의사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와 SG증권의 한국법인은 한국거래소에 국내 증시 시장조성자 활동 불참 의사를 밝혔다. 두 곳은 각각 미국, 프랑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증권사다.

거래소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와 SG증권이 본사 지침을 받아 시장조성자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몇몇 국내 증권사도 계약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유동성이 필요한 특정 종목의 원활한 거래를 돕기 위한 제도다. 거래소와 시장조성계약을 맺은 증권사는 매수·매도 양방향으로 호가를 계속 제출해 호가 스프레드가 과대하게 벌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이를 통해 적정 가격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일반투자자 입장에선 거래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두 증권사가 이같은 시장조성자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규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으로 읽힌다. 지난해 9월 금감원은 시장조성자 활동중 잦은 호가 정정, 취소로 시장질서에 교란을 줬다는 이유로 골드만삭스증권과 SG증권을 포함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구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CLSA 등 9개 증권사에 총 487억원 규모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최종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증선위는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자의 의무 이행을 위해 시세 변동에 대응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장조성자 제도는 1년 만에 재개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잦은 호가 정정과 취소를 문제 삼은 상황에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재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를 겨냥한 당국의 움직임이 부담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금감원은 공매도가 집중된 기관과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시장조성활동중 매도호가 제출을 위해 주식을 차입할 경우, 공매도는 불가피하다. 파생시장에서도 위험 헤지 목적으로 공매도가 발생한다. 

저유동성 종목 충격 예상

시장에선 일부 증권사의 시장조성활동 불참이 안그래도 위축된 증시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SG증권은 적극적인 시장조성활동자로 손꼽힌다. 지난해 시장조성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89종목, 코스닥 85종목 등 총 174종목에 대해 시장조성계약을 맺었다. SG증권은 코스피 54종목, 코스닥 104종목 등 총 158종목에 대해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증권(코스피 96종목, 코스닥 237종목 등 333종목)에 이은 2, 3위를 차지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와 SG증권은) 시장조성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했던 증권사인 만큼 시장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선진국 시장과는 달리 시장조성자 제도 정착이 요원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에서는 전 종목을 시장조성종목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영국과 독일은 지정 종목 비율이 90%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36%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시장조성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용된 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1999년 국채 선물 시장에 최초로 도입된 뒤 2005년부터 주식시장까지 확대됐으나 유명무실한 제도에 불과했다.

이후 2015년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에 대해 거래세 면제 혜택이 적용되면서 제도 운영이 본격화됐다. 코스피 시장을 기준으로 시장조성종목 수는 2017년 30종목, 2018년 80종목, 2019년 500종목, 2020년 666종목을 기록했다. 다만, 2021년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332종목으로 감소했으며 올해에는 제도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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