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 지분 인수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오리온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동시 레고켐은 자금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된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거래로 레고켐은 오리온의 계열사로 편입되지만, 기존 경영진과 운영 시스템이 유지되면서 회사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레고켐의 구주와 신주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레고켐 창업자인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140만주를 787억원(1주당 5만6186원)에 매입하고 △레고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4698억원(1주당 5만9000원)에 신주 796만3283주를 배정받는다. 총 인수비용은 5485억원이다.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 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다. 오리온은 팬오리온의 지분 95.1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거래를 마치면 오리온은 레고켐을 계열사로 두게 된다. 레고켐의 1대 주주는 팬오리온코퍼레이션(지분 25.73%)이 되며, 기존 최대주주였던 김용주 대표이사(4.31%)는 국민연금(5.87%)에 이어 3대 주주가 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오리온의 레고켐 인수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거래는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임상개발을 희망했던 레고켐, 바이오 산업에 진출해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오리온그룹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12월 13일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34억원을 증자하는 등 바이오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을 보여왔다는 설명이다.
위 연구원은 "레고켐 입장에서는 시가총액 3분의 1 수준의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희망했던 임상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오리온이 기존 레고켐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장함으로써 개발 역량이 이어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최대 주주만 변경되고 기존 경영권을 보장된다"며 "레고켐의 R&D 역량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레고켐 입장에서는) 이번 딜로 향후 5년 동안 추가적인 자금 조달 없이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레고켐의 기존 최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보다 기업내 자금수혈을 안정적으로 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신약개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며 이로 인해 주가 변동성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과 사업 회사인 오리온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 측면의 투자포인트가 희석되고,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오리온의)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포인트가 이번 신규 지분 투자의 방향성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에, 주주 구성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주가 밸류에이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석을 반영하듯 16일 주식시장에서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주가는 오전 11시 20분 기준 전날보다 각각 4.96%, 15.54% 하락한 1만3600원, 9만8900원을 기록중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장 초반 상승 출발했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같은시각 전날보다 4.93% 떨어진 5만2100원에 거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