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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주주동의 '의무화'에 "동의 받을 수는 있나" 쟁점

  • 2026.05.20(수) 17:02

이미 냉각중인 IPO, "주주동의 의무화시 투자 막힐 수 있어"
단타매매 시장구조, 개인 주주의 주총참여 현실적인 어려움
이사회 여전히 독립적이지 않아..."강력 규제 필요" 주장도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가 열렸다./사진=이상원 기자

중복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정부 방안에 대해 이사회의 자율성을 존중해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최근 개정 상법에 따라 이사회의 주주충실 의무가 도입된 만큼 이사회 차원에서도 주주이익을 해치지 않고 충분히 경영상의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주주동의를 받기 위한 절차적 문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개인주주의 주총 참석이 쉽지 않고, 법률적으로도 모회사 소수주주가 자회사의 상장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한국 기업문화에서의 이사회가 대부분 지배주주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동의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장 오는 7월부터 중복상장 관련 상장규정을 도입하기로 한 정부가 주주동의 부분에서 어떤 가이드라인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20일 한국거래소가 마련한 '중복상장 제도 개선 의견수렴 세미나'에서는 중복상장 과정에서 주주동의 여부와 동의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복상장 주주동의의 의무화 강도에 따라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이사회의 자율을 존중해 이사회가 스스로 주주보호방안을 마련하거나 주주찬반의견 수렴 등을 결정하는 자율방안 △중복의 정도에 따라 거래소가 판단해 심각한 경우에만 의무화하는 부분 의무화방안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든 중복상장 심사대상에 주주동의를 의무화하는 전면 의무화 방안이다.

남 연구위원은 "첫 번째 자율안은 이사회가 주주영향 평가, 주주보호방안 마련, 주주소통 및 찬반의견 수렴, 공시 등을 갖추도록 하고 이를 갖췄다면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자는 것"이라며 "다만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이냐는 한국 상장기업의 실질적인 한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고, 주주대표소송 활용도 등에서 사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남 연구위원은 이어 "(모자회사간) 중복의 정도 등에 따라 거래소가 주주보호의 필요성을 사전에 판단한 후에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에만 주주동의를 의무화 할 수도 있다"고 두 번째안을 설명하면서 "이 경우 이사회 자율화를 통한 주주패싱을 차단할 수 있지만, 거래소 판단 그 자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객관성 담보에 대한 고민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방안은 아주 특수한 경우만 제외하기 때문에 일관된 규범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문제도 있다.

남 연구위원은 "홍콩은 자산·매출·이익 등이 하나라도 25%이상으로 중복되면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점을 참고해서 자산·매출·이익이 모두 모회사의 10% 미만인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다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전면 의무화의 경우 상법상 이사회의 결정사항인데 모회사 주주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이렇게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우 IPO 시장이 냉각되는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동의 의무화하면 투자 막힐 가능성 높아"

이와 관련 임신권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CLO(최고법률책임자/변호사)는 "예외를 엄격히 운영하면 사실상 금지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서 투자 자체가 막히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사회 자율방안에 힘을 줬다.

임 변호사는 "모회사가 증자해서 자금을 마련하고 지배주주는 지분가치 희석을 감당해야하지 않느냐고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배주주가 지분가치 희석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투자하지 않거나 자금조달 자체를 하지 않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사회가 왜 증자하지 않았느냐고 책임을 묻기에는 법률적으로 어렵고, 결국 과소집행 위험이라는 중복상장 규제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황현일 변호사도 "중복상장이 모회사의 일반주주의 이익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주동의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별개로 법체계의 정합성과 기업의 경영 자율성, 자본시장의 효율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주주동의 의무화에 대한 법률적 문제를 거론했다.

황 변호사는 "중복상장은 상법상 모회사의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아니어서 법체계상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소수주주보다 회사의 경영에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가 있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에 부합하는 것으로 중복상장은 주주들의 찬반동의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거래소의 엄격한 상장심사로 평가해야한다"고 말했다.

"주총 오지 않는 주주가 회사 미래 결정해도 되나"

주총에서 주주동의를 받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걸림돌도 지적됐다. 

김경순 대신증권 본부장은 "대부분 개인주주들이 주총 참여의사가 없고, 기관들도 의결권 자문기관에 따라 결정하거나 임시주총에 의사표시를 하지 않기도 하며 해외투자자는 상임대리인이나 은행 등에서 사후처리만 하고 있어서 소통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단기 매매차익을 실현하는 시장구조에선 임시주총에 대한 기대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소통은 충분히 해야겠지만, 참여하지도 않은 것을 반대로 규정해서 전체적으로 일정비율 이상의 동의를 구하려 한다면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의결권 행사를 할 의지가 없는 개인 등 주주들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게 바람직한가 하는 부분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자율? 한국에선 멀었다.."강력한 처방 필요"

반면에 이사회 자율에 맡기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이사회에 자율성을 주는 구조는 한국에서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방식으로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자회사 중복상장이 무조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중복상장이 모자회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사회가 시장·주주와 소통하고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의 중복상장 구조가 방치된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왕수봉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복상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계열회사를 분리해서 계층상장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문제"라며 "지배주주가 계층상장을 통해 현금흐름을 가져하면서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왕 교수는 대만사례를 언급하며 "대만의 경우 자회사 상장 자체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주주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분할 상장에는 영업에 중대한 결정으로 보고 굉장히 큰 규제를 하고 있다"며 "3분의 2 이상 출석, 과반이 동의해야하도록 하는데 그래서 과거에 많았던 중복상장이 줄고 지금은 합병하고 상장폐지하는 등 메리츠금융과 같은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중복상장을 허용하더라도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상장주식을 배분하는 방법으로 주주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균 상무는 "현물배당에 따른 과세문제를 해결할 필요는 있지만, 중복상장하는 회사의 모회사 지분을 모회사 주주에게 나눠주면 된다"며 "미국의 선진증시에서는 우리와 같은 물적분할 사례가 없고 인적분할로 귀결되는데, 이렇게 하면 모자회사 주주간의 이해상충도 없어진다"고 제안했다.

김 상무는 이어 "벤처캐피탈(VC)이나 프라이빗에쿼티(PE) 같은 경우 투자회수를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것도 모회사 보유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 주주들에게 나눠주면서 상장하면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자회사 중복상장은 지배주주가 최소한의 지분으로 그룹 지배력을 극대화하면서 지배력의 손실 없이 자금력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측 인사로 참여한 고광효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도 "결국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느냐 하는 우선순위의 문제"라며 "중복상장을 단순한 관행이었다거나 기업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얘기로는 더이상 (중복상장의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는 시대"라고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 과장은 "자본시장의 기본은 투자자가 기업의 과실을 공정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이 다시 재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특정 거래구조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신뢰문제로 접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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