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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품격]"라이프의 행동주의엔 패자가 없다"

  • 2026.05.26(화) 09:00

독립계운용사 인터뷰①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표 대결 없이…서로 윈윈하는 주주협력주의로 회사 설득"
KCC EB 발행 철회…BNK금융 거버넌스 개선 이끌어 내
"삼전·하이닉스가 제일 싸다"…반도체 비중 확대한 이유?

운용사는 수익률이 아닌 철학을 파는 곳이란 말이 있다. 철학은 곧 돈을 맡긴 투자자와의 약속이다. '저평가 가치주' '혁신 성장주' '주주 행동주의' 등 저마다의 투자 원칙과 철학을 기반으로 투자자가 맡긴 자금을 굴려 경쟁력을 입증해야한다. 연일 오르내리는 시장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런 시장을 바라보는 철학은 운용사의 몫이다. 증시 초호황의 시대, 수많은 카피상품이 존재하는 현 시점. 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어온 독립계 자산운용사를 만나봤다. [편집자]
라이프자산운용 강대권 대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BNK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앞서 두차례에 걸친 비공개 주주서한과 면담 과정에서 전달한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개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의사가 반영된 새로운 이사회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올해 1월 BNK금융지주는 라이프자산운용을 포함한 주주들과 간담회를 통해 주주 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사외이사 전원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안을 전격 수용했다. 그 결과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주주 추천 인물로 선임됐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추천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과 또다른 주주 OK저축은행이 추천한 강승수 디에스투자파트너스 대표, 주식회사 송월이 추천한 박근서 한국공인회계사회 감사 등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주도한 인게이지먼트(기업과 소통해 가치를 높이려는 관여 활동을 지칭)로 OK저축은행 등 다른 주주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BNK금융지주에게도 절차적 타당성을 높이는 좋은 명분이 됐다. 회사와 주주 모두가 승자가 된 주주관여활동의 사례다.BNK·KCC로 입증한 '패자 없는 행동주의'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라이프자산운용의 주주 행동주의에는 '패자'가 없다"며 "행동주의보다는 주주협력주의에 가깝다"고 밝혔다. 단순 반대를 넘어 대안을 제시하며 기업과 협력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BNK금융지주에 대한 인게이지먼트가 대표적 사례다.

라이프자산운용은 2019년 다름자산운용으로 설립됐다. 2021년 강대권 공동대표와 이채원 의장이 합류하면서 사명을 변경했다. 라이프(LIFE)는 'Long-term Investment for Everyone'의 약자로, 장기 자산운용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출발점은 가치투자다.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주식을 매수해 가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채원 의장의 영향도 한몫했다.

이들은 국내 증시에서 저평가된 기업이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판단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의 인게이지먼트도 여기서 출발했다. 강대권 대표는 "가치투자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지배구조까지 개선되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다만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전통적 행동주의는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대주주나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기업가치와 투자 수익을 함께 높이는 '윈윈 구조'를 추구한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KCC가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하자 주주서한을 보냈다. 자사주 EB를 발행하면 주주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가치는 4조원대(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에 달했다. 이에 라이프자산운용은 당시 KCC 측에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면 EB 발행 대신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는게 더 좋은 선택 아니냐. 삼성물산 지분을 우리가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제안했다. 이후  KCC는 결국 EB 발행을 철회했고, 주가는 하루 만에 약 7% 상승했다.장기투자는 목적 아닌 수단...삼성전자도 가치투자

라이프자산운용의 가치투자는 시장 통념과는 다소 다르다. 장기 보유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강 대표는 "기업 가치를 개선해 기간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라이프자산운용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근 반도체 비중 확대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이다. 통상 가치투자 하우스는 시클리컬 산업인 반도체 비중을 적극적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하지만 라이프자산운용은 '고객 수익률 극대화' 철학을 우선으로 삼고 있다. 

강대권 대표는 "서비스업의 본질은 고객의 번거로움을 없애는 것"이라며 "라이프자산운용은 매 시장 상황에 맞춰 '파인다이닝'처럼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가 비즈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를 바탕으로 라이프자산운용은 가치투자를 중심으로 하되 성장주, 반도체, 바이오 등 다양한 종목을 병행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투자는 가치투자 관점에서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주가수익비율(PER) 20배 수준의 엔비디아보다 6배 수준인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것이 가치투자"라며 "AI 시대 변화에 가장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협업해 출시한 상장지수펀드(ETF) 'ACE 라이프자산주주가치액티브'는 올해 2월 이후 삼성전자 비중을 2차례,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비중을 각각 한 차례씩 늘렸다. 이 상품은 5월 21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8.40%, 9.69%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두 회사의 지주사인 SK스퀘어(11.57%), 삼성물산(5.37%)도 편입하고 있다.

올 초 이후 수익률은 83.60%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78.93%)을 웃돈다.삼성전자도 인게이지먼트 대상

라이프자산운용은 삼성전자도 인게이지먼트 대상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강 대표는 저서 '코스피5000 주식의 시대'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를 지배구조 문제와 연결 지었다.

이건희 선대회장에서 이재용 회장으로 승계되는 과정과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의사결정 공백이 발생했고, 이 기간 '잃어버린 8년'을 겪었다는 평가다. 이는 이사회 중심 구조를 갖춘 TSMC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서로 다른 이종의 사업이 합쳐져 있는 것도 고민해야할 과제로 봤다.

강 대표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TSMC 수준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도 가능하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국익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반사모펀드 라이선스만 가지고 있는 라이프자산운용은 공모운용도 추진 중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라이선스를 신청한 상태다. 향후 공모펀드와 ETF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강 대표는 "공모펀드 중 기업지배구조에 전문적인 상품이 없기 때문에 이를 대중적으로 전달하는게 1차 목표"라며 "특정 테마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적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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