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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임박 중복상장...거래소 "기업 작다고 주주보호 기준 달라선 안 돼"

  • 2026.05.27(수) 14:47

세차례 공개 세미나 종료...거래소, 중복상장 규정 마무리 단계
27일 세미나, 모회사 이사회 의무 놓고 찬반의견 팽팽
거래소 "의견 좁혀지는 중, 7월 시행 목표로 최종안 낼 것"

5월 27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이상원 기자

주식시장 중복상장 규제 정책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규제와 예외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찬반이 팽팽하다. 전면적인 금지를 하자는 주장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예외를 폭넓게 주자는 주장이 맞선다. 당장 7월부터 제도 시행을 약속한 당국은 원칙적인 금지에 무게를 두면서도 주주보호에 부합한다면 예외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차례에 걸친 공개 세미나를 끝낸 당국은 최종 검토를 통해 중복상장 상장규정안을 곧 공개할 계획이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27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에서 "현재 시장의 흐름이나 밸류업,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주보호 등 모든 측면에서 접근하고 고민하고 있다"며 "간담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서 의견이 좁혀지는 느낌은 있지만, 내용을 확정하기까지는 좀 더 협의가 필요한데 7월 시행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종합해서 최종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복상장 규제는 지난 3월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 체질개선안의 일환으로 제시하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지난 4월 16일에 첫 공개 세미나를 열었고, 이달 20일에 이어 이날까지 의견수렴 세미나만 3차례 진행했다.

임 상무는 "지금까지 거래소와 정책당국이 정책의 협의단계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공청회와 비공개 간담회 등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친 적이 없었다"면서 "그만큼 (중복상장) 이 사안이 무겁고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서도 모회사 일반주주와 모회사 이사회, 그리고 자회사 및 자회사 투자자의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여러가지 의견이 쏟아졌다.

발제를 맡은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자회사 상장은 자회사 이사회의 결정사항이라는 이유 등으로 모회사 이사회는 중복상장과 관련해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노력을 외면해 왔다"며 "상법상 주주충실의무 도입과 중복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모회사 이사회는 충실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왕 교수는 특히 중복상장이 모회사 주주관점에서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보호방안을 마련해 주주들과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복상장 시 예상주가의 디스카운트 효과, 모회사 지분영향, 자회사의 배당수익 및 기업가치 변화 등을 전문가를 통해 평가하고, 이에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것으로 판단되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이나 자회사 주식의 분배, 공모주 우선배분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모회사 이사회는 온오프라인 주주간담회나 기업설명회,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주들과 소통하고 그 결과를 자회사에 통지하거나 공시하는 의무도 져야 한다.

왕 교수는 또 과거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활용한 것을 예시로 들며 이사회 결의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이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월 10일 신세계푸드 특별위원회가 이마트와의 주식교환과 관련해 주주간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활동한 사례도 있다. 당시 신세계푸드 특별위는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10% 할증해 인상하는 방안이 주주간 이해상충을 완화한다는 의견을 이사회에 보고하기도 했다."한국적 특성 감안, 중복상장 전면금지해야"

문제는 이런 이사회의 결정 과정에서 주주동의를 어디까지 의무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소수주주의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안과 상법상 3% 룰을 적용해 최대주주 등 3% 초과주식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 그리고 주주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결의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한국대표는 "한국은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굉장히 강하고 지분율도 높기 때문에 이사회가 완벽히 독립적으로 작용하고 있는가에 의문이 있고, 특별위도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 구조"라며 "상사전문법원도 없고, 판례도 부족하기 때문에 소송에 기대는 것도 어려워서 완벽히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일반주주의 다수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또 중복상장 금지 원칙에 대해서도 "기존 중복상장도 해소하고, 신규 중복상장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신규상장은 인적분할이 우선 추진되어야 하고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강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일본이나 미국에서 이사회 충실의무가 명문화되어 있지도 않은 이유는 (주주보호는) 당연히 지켜야 하는 상식이고 수십년간 판례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는 그런 것이 없고, 독특한 상황이기 때문에 중복상장은 전면금지가 맞다"고 꼬집었다.

이 의장은 "인적분할을 하면 깔끔한데, 어쩔 수 없이 (물적분할 등을) 한다고 해도 상장한 후에 남은 지분을 모회사 주주들에게 배분하면 된다"며 "한국만의 특성을 반영한 룰을 적용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한국적 특성 감안, 예외·유예 인정해줘야"

반면 기업과 투자자인 벤처캐피탈(VC)의 입장에선 규제의 예외를 폭넓게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이사회나 특별위를 갖추기에는 역부족이고, 중견기업도 구조조정이나 설비투자를 하지 않으면 고사할 위기에 처한 곳도 많다"며 "이런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예외조항이 있으면 좋겠고, 계도차원에서라도 유예기간을 두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도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중견 벤처기업은 파이낸싱(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금지하더라도 그 이전에 파이낸싱 한 것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재무적으로도 체력이 충분치 않은 곳은 (중복상장이) 전면금지 되면 자회사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엑시트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태식 NH투자증권 상무도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상무는 "우리는 과거 대기업 순환출자가 많아서 지주회사 제도를 전략적으로 장려했고, 그래서 대부분 순수 지주회사가 많아 투자여력이 제한적"이라며 "미국은 지주사들도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자회사 상장을 통해 성장을 꾀할 수 있지만 국내는 그럴 수 없어 해외와 비교해서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논의중인 중복상장 규제 자체에 대한 근원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충실 의무를 통해 주주동의를 받아야 한다지만, 기본적으로 모자회사가 독립성을 갖는데 과연 모회사 주주동의가 가능한 일인지, 자회사 이사회가 거부했을 때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해외 중복상장의 경우 해외 규정의 정합성도 봐야 한다"며 "해외시장의 규제기관 입장에서 보면 한국시장의 모회사 주주까지 고려하긴 어려워서 시행세칙이나 하위 법령을 통해 해외시장 정합성을 맞출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안도 포함해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임흥택 거래소 상무는 기업의 규모가 주주보호라는 대전제를 흔들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상무는 "기업의 규모에 있어서 벤처라고 해서 그 성장과정에서 주주보호 부분이 차별적으로 이뤄져도 괜찮은 것이냐"며 "근본적으로 특정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성장이 되어서는 안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임 상무는 이어 "벤처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IPO가 필요하고 여러가지 고려해야하더라도 예외적으로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혹은 중견기업이기 때문에 트랙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관점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허들에 있어서는 승인과정 등에서 주주보호 방안을 고려해 성장에 대한 기본적인 정합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명한 기준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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