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폰 공습으로 고전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애플이라는 강적까지 만나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한발 앞서 전략폰 '갤럭시노트4'를 내놓았으나 대화면 아이폰에 밀려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LG전자 역시 'G3'의 초기 흥행 열풍이 아이폰 앞에서 맥없이 사그라져 버렸다.
![]() |
애플이 아이폰으로 부활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한결 유연해진 애플은 올해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시계형 웨어러블 기기와 노트북,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꺼내놓으면서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더욱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사업 실적을 뜯어보면 애플에 밀리면서 고전했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IM(정보기술·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은 1조9600억원으로 최악을 기록했던 전분기(1조7500억원)보다 나아졌으나 불과 1~2년전 분기당 5조~6조원 가량을 달성하던 것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다.
LG전자 역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부문 영업이익이 674억원에 그쳐 전분기(1674억원)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답답한 성적을 냈다.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긴 했으나 기대를 걸었던 전략폰 'G3'의 흥행 엔진이 4분기 들어 식어버렸다. 보통 4분기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판매량은 각각 전분기보다 빠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애플은 달랐다. 애플은 지난해 9월 내놓은 대화면 아이폰 흥행 돌풍에 힘입어 4분기에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실적 역시 증권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 기간 아이폰 판매량은 7450만대로 시장 예상치(6600만~6700만대)보다 750만대 이상 많다.
화면크기를 키운 아이폰6· 6플러스가 북미를 비롯해 세계 시장에서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면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중국에서 애플 매출액은 161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0% 급증했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을 내놓기 직전 중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이 7%에 그쳐 샤오미(17%), 레노버(15%), 화웨이(14%), 삼성전자(10%) 등에 밀렸으나, 4분기에 들어서면서 1위(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 집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고가폰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얘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출고가 71만원(아이폰6 16GB), 82만원(아이폰6플러스 16GB)에 달하는 제품으로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이 기간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32.5%로 전분기(26.5%)는 물론 지난 2013년(28.3%)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애플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라는 타이틀도 3년 반만에 다시 거머 쥐었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4분기 애플이 삼성과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으로 공동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일반폰(9500만대)의 70% 후반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SA는 이를 78%(7450만대) 가량으로 추정한 것이다.
대화면폰으로 날개를 편 애플이 저력을 계속 발휘할 지 관심이 몰린다. 애플은 오는 4월 예고했던 대로 시계형 스마트기기 '애플워치'를 판매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2분기부터 12인치 화면크기 맥북 노트북을 비롯해 신형 아이패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에 이어 태블릿PC 아이패드로 새로운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을 개척했던 애플이 웨어러블까지 손을 대면 파급 효과가 제법 클 전망이다. 애플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워치는 아이패드와 달리 스마트폰을 보조하는 기종이기 때문에 저가폰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애플의 브랜드 충성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은 중저가폰과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 변형 모델로 방향을 잡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