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미래부! 응답하라 2015

  • 2015.12.14(월) 17:14

기존엔 방송통신정책 만들면 시장 따라갔지만
SKT-CJ헬로 인수합병은 시장이 정책방향 물음

미래창조과학부가 고민중이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불러온 파장 때문이다.

 

SK텔레콤-신세기통신,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KT-KTF,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지금껏 일어난 인수합병 건은 기존의 정책틀 안에서 의사결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은 새로운 정책틀과 철학을 정립하는 게 우선 과제다. 즉 시장이 정책당국에게 "앞으로 규제철학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고 되묻는 꼴이 됐다.

 

14일 미래부와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현행법상 저촉되는 부분이 없다. 현재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 수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인수합병이 이뤄져도 최종 합병 법인인 SK브로드밴드의 시장점유율은 30%를 밑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부가 인수합병 승인 여부를 놓고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 SK텔레콤은 지난 1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가신청서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했다.

 

◇플랫폼별 방송정책 통합?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최근 '매체간 인수합병의 미디어시장 영향과 전망' 자료를 통해 규제당국이 고민해야 할 분야를 설명했다.

 

첫 번째가 방송정책 방향성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방송정책은 플랫폼 시장에 주인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플랫폼사업자에게 가입자 기준 점유율 규제를 두고 강도높은 규제를 가했다. 또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각각의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방송의 기능과 네트워크를 구분·운영토록 했다. 이를 통해 지역단위 케이블TV와 전국단위 위성방송·IPTV를 분리했다.

 

실제로 지상파방송은 전파자원의 희소성에 입각해 공적책무 및 보편적 접근보장을 정책방향으로 뒀고, 위성방송은 광역 커버리지 확보를 목적으로 도서지역 등 지상파방송이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방송을 책임졌다. 케이블TV는 유선을 이용한 폐쇄형 사적서비스 유형의 정책으로 출발해 지역성 제고 목적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이번 인수합병이 승인되면 플랫폼 업계에는 KT군과 SK텔레콤군의 2강 체제가 구축된다. 즉 규제기관 입장에선 앞으로 플랫폼의 집중화 및 과점화를 용인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 네트워크 별 개별정책에서 케이블TV와 IPTV를 한 사업자가 운영하는 단일 네트워크 정책으로의 전환이 가능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종관 실장은 "케이블TV 플랫폼의 도입목적이나 존재, 부여된 책무와 달리 대형 통신사업자가 권역사업자인 케이블TV를 인수하면서 역할·기능의 변화가 재검토 되어야 한다"면서 "더불어 케이블TV 플랫폼 정책 중 공공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정책방향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점점 더 융복합이 이뤄지는 산업환경에서 케이블TV가 갖는 기능과 공적역할이 여전히 유효한지, 나아가 그런 기능과 역할의 재배분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대세는 규모의 경제?

 

두 번째는 소유겸영 규제다. 유료방송 사업자간 인수합병은 필연적으로 소유겸영 규제와 시장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규제기관이 이번 딜을 승인할 경우 앞으로 유료방송 정책은 규모의 경제, 대형화, 플랫폼간 경쟁촉진으로 정책촛점이 맞춰지는 만큼 소유겸영 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다만 방송산업의 다양성과 공익성이 중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 같은 규제완화 논의는 단계적으로 시행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한다고 발표한 뒤 씨앤앰 이외에도 여럿 케이블TV(MSO)가 매각대상설에 나오고 있고, LG유플러스도 결국에는 인수합병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번 딜이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개편을 촉진하는 만큼 매각을 희망하는 사업자의 용이한 퇴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현행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상한 3분의1 규정을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결합상품 규제는 어떻게?

 

최근 정부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규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상품간 과도한 할인율 격차 금지, 부당한 이용자 차별 및 과도한 경제적 이익제공 금지를 발표했다. 또 결합상품 경쟁상황을 평가하고 지배적 전이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기도 전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발표되면서 결합상품 지배력 전이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종관 실장은 "상품간 과도한 할인율 격차금지라는 대전제 아래 할인율 격차를 몇 %로 할지가 핵심인데, 기존 통신사업자의 결합상품은 할인율 격차를 산정하기 쉬웠지만 케이블TV와 결합하는 경우 객관적인 할인율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즉 결합상품 정책에서 상품간 할인율 한도를 정하는 방식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결합상품 지배력 전이 여부를 입장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만큼 좀더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규제기관이 이번 딜에 대해 잘못 판단할 경우, 국내 방송통신 산업 전체가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여지도 있는 만큼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