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해 최종적으로 불허 결정이 나오면 최대 피해자는 누가될까.
업계에서는 SK텔레콤 보다 CJ헬로비전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본다. CJ헬로비전은 CJ그룹 입장에서 팔려고 내놓았던 회사로, 이미 버림 받았던 상태다. 더구나 SK텔레콤이 속속들이 실사했던 CJ헬로비전을 다시 매물로 내놓은들 누가 사갈 것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 조직원 사기 바닥
요즘 CJ헬로비전 임직원들은 어깨가 축 쳐져있다. CJ헬로비전 한 관계자는 "작년말 SK텔레콤으로의 매각 발표가 나왔을 때 만해도 우려반 기대반이었다면, 지금은 절망상태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으로 매각되면 일부분 구조조정도 있겠지만, 미디어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의 M&A 시도였던 만큼 회사 성장성은 유지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심사가 7개월 이상 장기화 되면서 CJ헬로비전은 영업활동 위축, 투자 중단, 사업다변화 기회를 잃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 미래성장성이 모두 하락했다.
실제로 CJ헬로비전 OTT 서비스인 티빙스틱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용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스포츠 채널을 중단시켰다. CJ헬로비전은 매각계획이 있기 수 개월 전까지만 해도 티빙스틱을 키우려 욕심을 냈다. 티빙스틱 리뉴얼 버전을 내놓으면서 국내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까지 진출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당시도 티빙스틱은 적자 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M&A 과정에서 적자를 감내하면서라도 사업을 이끌어가겠다고 판단을 할 주체가 없어졌다는 결론만 남는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CJ헬로비전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278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9% 감소했다. 핵심 수익지표인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1분기 방송 ARPU는 8013원으로 전분기보다 286원 낮았다.
더 큰 문제는 극도의 고용불안에 시달린 직원들이 불허 판정이 나오면서 다시 벼랑 끝에 서게 됐다는 점이다.
◇ CJ그룹,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CJ그룹은 CJ헬로비전 매각자금을 통해 CJ E&M 등 콘텐츠 투자에 집중하려는 전략있었다. 그룹 경영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매각이 불허되면, 이 같은 선제적 구조조정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 CJ헬로비전을 다시 매물로 내놓는 일은 쉽지 않다. 이번 M&A 과정에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속속들이 살펴봤기 때문이다. 시장내 막강 플레이어인 SK텔레콤이 내부 사정까지 다 알고 있는 회사를 누가 사가겠느냐는 뜻이다. 만약 인수한다 해도 매각가격이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다.
그렇다고 이미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매물로 내놓았던 회사에 대해 그룹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다시 투자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CJ그룹 관계자자는 "불허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하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현재로선 공정위 전원회의와 미래부 최종 결론때까지 최선을 다해보면서 대응방안을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