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가 지난해 간판작 '검은사막'의 활약에도 인건비 증가와 투자손실로 인해 부진한 실적을 작성했다. 올해는 신작 '붉은사막'을 통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여전한 검은사막 '글로벌 파워'
펄어비스는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16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4% 감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4.4% 줄어든 3859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 41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실적이 이같이 부진한 요인은 검은사막 IP(지식재산권)의 뒤를 잇는 신작 출시가 없었는데, 영업비용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은사막 IP 매출은 201년 4분기 670억원을 기록했고, 작년 경우도 1분기 709억원, 2분기 743억원, 3분기 766억원, 4분기 712억원 등 견조한 모습이다.
작년은 검은사막 IP 매출만 293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6%에 달했다. 이브 IP의 지난해 매출은 912억원으로 24% 수준을 차지했다.
특히 연간 해외 매출 비중이 81%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게임사의 면모도 여전했다.
검은사막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에서 지난해 중동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건비 증가에 투자손실까지…붉은사막 '기대'
펄어비스의 수익성이 유난히 부진한 원인은 영업비용이 작년 4분기만 99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 증가하면서다. 해당 분기 매출의 96.5%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인건비는 42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매출의 37%에 해당한다. 지급 수수료는 199억원, 광고 선전비는 127억원이었다.
조석우 펄어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는 국내와 미국, 대만 유저 대상 행사과 대규모 업데이트에 따른 광고비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벤트 효과에 따른 매출 증가는 올해 2월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기타 비용'도 177억원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투자회사 '펄어비스캐피탈'이 보유한 자산의 평가손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조 CFO는 덧붙였다.
연간으로 보면 특징이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연간 인건비는 1781억원으로 전년대비 6.4% 증가했다. 기타 비용이 460억원으로 무려 43.5% 늘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투자와 관련이 있다. 펄어비스캐피탈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은 15억원, 순손실 1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급 수수료는 전년보다 4.8% 감소한 785억원, 광고 선전비도 24.4% 줄어든 410억원이었다.
올해 펄어비스는 검은사막과 이브 등 기존 작품의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비용 관리에 나서는 한편, 붉은사막과 도깨비, 플랜8 등 신작 개발을 통해 중장기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붉은사막의 경우 올 하반기 개발 완료가 목표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컨콜에서 "붉은사막은 하반기 개발완료를 목표로,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과 테스트를 병행하고 있다"며 "초기엔 싱글 플레이로, 추후엔 멀티 플레이 도입에 따른 추가 매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작 개발이 더딘 점에 대해 허 대표는 "펄어비스는 신작 개발을 시작할 때 다작이나 단기적 시장을 목표하는 게 아니다"며 "검은사막처럼 론칭 이후 10~20년 유지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도깨비의 연내 영상 공개 일정은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최근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허 대표는 "챗GPT 같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제너레이티브(generative·생성형) 모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게임 내 캐릭터와의 대화, 다른 언어를 쓰는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주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