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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 더뎠던 물류…KT·네이버·카카오 참전

  • 2023.03.23(목) 15:48

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AI·빅데이터로 혁신 시동…2030년 140조 시장 노려

디지털화가 유난히 더뎠던 물류 사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그래픽=비즈워치

디지털화가 유난히 더뎠던 물류 사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이 접목되면서 첨단기술의 각축장으로 변모 중이다. KT·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물류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속속 뛰어들고 있다. 

농업보다 뒤처지던 물류…코로나가 바꿨다

물류산업은 디지털화에 보수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혁신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을 우선시하는 데다 비용 문제까지 더해져 변화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딜로이트는 2020년 '산업별 디지털 성숙도 평가'에서 물류 분야의 디지털 성숙도를 4.5로 평가했는데, 이는 농업(4.7)과 비교해도 뒤처진 수준이었다.

2021년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입업체 물류담당자 453명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0%가 물류분야의 디지털전환(DX)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물류DX를 이해하고(18.1%), 대응하고 있다(12.0%)고 답한 경우는 소수에 그쳤다.

물류 사업에서 변화가 감지된 건 역설적으로 코로나19 국면이었다. 비대면 소비 증가로 물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똑똑해진 인공지능…"빈 창고 찾아드립니다"

IT기업들이 물류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은 것도 이때였다. KT는 2021년 디지털물류 전문자회사 롤랩을 설립한 후 준비 기간을 거쳐 △리스포(AI 운송 플랫폼) △리스코(물류센터 운영 솔루션) △브로캐리(화물 중개·운송 플랫폼) 등 3대 AI 물류 플랫폼을 선보였다.

리스포는 모빌리티 빅데이터와 AI 기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배송 경로와 운행 일정을 제공한다. 과거 지역별로 배송 범위를 나눴던 것과 달리 배송량, 경로 등을 고려해 배송 기사를 배정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AI를 토대로 물류센터 운영 효율성을 높인 솔루션 리스코를 비롯해 화주와 차주를 실시간으로 매칭하는 플랫폼 브로캐리를 통해 물류 전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현재 KT 물류 플랫폼은 크게 25개 사업장에서 활용 중이다. 디지털 물류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해 매출은 750억원에 달한다. KT는 올해 매출 목표를 두배 수준인 1500억원으로 잡고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역시 지난해 5월 물류 생태계 플랫폼 'i LaaS(Logistics as a Service)'을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여행객과 숙박 업체를 매칭하는 숙박 매칭 서비스처럼 AI를 기반으로 화주와 물류센터를 연결하고 판매·주문·창고관리까지 가능토록해준다. 

화물업체는 비어있는 물류창고를 찾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물류센터는 남는 공간을 화물업체에 빌려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주문·입고·출고에 따른 실시간 현황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대기업에 비해 IT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중견 물류 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잡고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배송 신뢰도 높여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정확한 도착 예정일을 알려주고 늦어질 경우 보상하는 '네이버 도착보장' 솔루션을 발표했다. 그동안에는 '내일 도착'이라고 표시된 상품이라도 제때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배송 신뢰도를 높인 것이 핵심이다.

이 솔루션은 주문 데이터·물류사 재고·택배사 배송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도착일을 알려준다. 판매자에게는 AI 개발자나 데이터 분석 전문가 없이도 D2C(소비자 직접 판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판매·물류 데이터를 제공한다. 입점 업체는 이 데이터를 개발이나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 데이터 분석, 정기구독 등 네이버가 기존에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판매 도구나 마케팅 솔루션과 결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도 있다.

현재 네이버도착보장을 이용하는 판매자 중 브랜드스토어 수는 300여개에 달한다. 전체 브랜드스토어의 약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CJ제일제당·풀무원·샘표·농심·삼양 등 주요 식품 브랜드부터 다우니·피죤·P&G 등 생활용품 브랜드, 일동후디스·하기스 등 육아 브랜드, 애플 등 휴대폰, 종근당건강 등 건강식품, 이니스프리 등 뷰티 브랜드도 네이버도착보장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AI 수요예측·물류로봇·친환경 패키징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물류 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2021년에는 스마트 물류 체계를 실험을 위해 CJ대한통운과 군포·용인에 판매자 중심 풀필먼트 센터를 열었다.

IT 기업들의 물류 분야 진출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물류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전환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5차 국가물류기본계획(2021~2030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국내 물류산업 매출액 규모가 2019년 92조원에서 2025년 116조원, 2030년에는 1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의 경우 단기적인 실적을 보고 하는 게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추세인 만큼 물류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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