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가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데다 수면장애 외 다양한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 치료범위(적응증)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계 제약사 액섬테라퓨틱스는 현재 미국에서 수노시의 치료범위를 넓히기 위한 총 5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 대상은 △임산부 수면장애 △폭식증 △주의력결핍장애(ADHD) △주요우울장애 △교대근무장애다.
모두 임상 3상 시험단계로 ADHD 임상은 올해 하반기, 나머지 시험은 2025년에 순차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수노시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해 2011년에 기술이전한 약물이다. 2019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기면증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과도한 주간졸음증 완화 목적으로 허가를 받았다.
수노시가 이처럼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잠재력을 가진 것은 약물의 작용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약물은 신경세포(뉴런)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방출한 후 재흡수하는 과정을 억제한다. 이를 통해 두 물질이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에 오랜 시간 머물며 신경전달을 강화하고 주의력 집중과 각성효과를 유도한다.
두 물질은 각성 외에도 충동억제, 감정조절 등의 생리적 작용에 관여한다. 이에 따라 수노시는 수면장애뿐만 아니라 폭식증, 주의력결핍장애 등의 여러 CNS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거두며 적응증을 확장할 경우 SK바이오팜에 돌아오는 수익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수노시 매출액의 약 7%를 로열티(경상기술료)로 받고 있다.
수노시는 현재 우수한 약효로 수면장애 치료제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지역 매출액은 4219만달러(581억원)로 전년대비 35% 증가했다. 이를 따라 SK바이오팜은 전체 매출의 7% 수준인 41억원의 로열티를 상반기에 수취했다.
시장 진출 국가도 확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21년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에 중국을 포함한 4개 아시아 지역에서 수노비를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이전했다. 이그니스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중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개시해 최근 완료했다.
특허만료 시기도 아직 넉넉히 남은 편이다. 수노시의 미국 내 주요 특허기간은 2042년까지다. 액섬테라퓨틱스는 최근 인도계 제약사인 유니켐레버레토리와 2042년 수노시의 제네릭(복제약) 상품을 출시하기로 합의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인 '엑스코프리'에 더해 수노시의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후속 신약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이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항암제로 지난해 표적단백질분해제(TPD) 개발사인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방사성의약품(RPT)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액섬 테라퓨틱스에서는 주의력결핍장애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 도출 시 기대 매출액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제시했다"며 "수노시의 적응증이 확장되면서 SK바이오팜 이익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