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대한 부담과 수익성 악화로 문 닫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거래량이 전혀 없는데도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22개의 코인마켓 거래소 중 이미 서비스를 중단한 곳이 12곳, 운영 중이지만 코인 거래가 없는 거래소가 7~8곳이다. 2~3개 거래소만 소규모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하반기 가상사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를 앞두고 거래가 없는 거래소 중 영업을 종료하는 거래소가 또 나올 가능성이 있다. 누적된 영업적자로 가상자산이용자법 시행에 따른 준비금, 보험, 이상거래 탐지시스템 구축 등 여러 의무에 대응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거래소는 거래가 끊겨 수익이 없는데도 규제에 맞춰 시스템을 갖추는 등 이용자보호법에 대비하고 사업자 갱신 신고를 통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 거래소가 최악의 시장 상황에서도 사업을 이어가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은행 실명계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하반기 사업자 갱신 신고를 통과하면 실명계정을 받아 원화마켓을 열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원화 거래가 불가능해진 수년전부터 줄곧 은행 실명계정 발급을 요구해왔다. 원화 거래소와 경쟁 자체가 불가한 시장 구도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거래소 1은행', 자금세탁방지 강화 등 당국의 규제로 실명계정 발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고 하반기 사업자 신고가 완료되면 이러한 규제가 누그러져 실명계정 발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거래소 임원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를 준수해 보험, 준비금, 이상거래 탐지 등 다 준비중"이라며 "지금은 사정이 좋지 않지만 4분기 사업자 신고가 끝나면 원화 계정이 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시중은행 중 코인마켓거래소와 실명계정 제휴를 원하는 곳이 있고 실제 논의가 꽤 진전된 곳도 있다"며 "당국의 허가가 문제지만 이용자보호법에 충실하게 대응하고 12월 갱신 신고까지 잘 마치면 당국과 논의해 은행 계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거래소를 유지하는 또다른 이유로는 사업자 라이선스 확보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가상자산 관련 다른 사업 확장 가능성 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신규 VASP가 거의 없고 오히려 점점 더 줄고 있는 상황이라 라이선스를 유지한 기업들의 몸값이 올라갈 수도 있다"며 "라이선스를 새로 따려면 시간과 비용이 꽤 들기 때문에 라이선스를 보유한 업체 인수에 관심을 갖는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몇몇 거래소들의 기대와 달리, 앞으로도 은행 실명계좌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인 ETF 출시 등 대내외 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한두개 업체 위주로 고착화돼 시장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며 "은행이 리스크를 무릅쓰고 거래소들과 제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수입 증대와 협업 기회가 필수인데 지금 시장은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설 동기가 부족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