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김동훈 기자] "이곳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울에서 76km 떨어진 강원 춘천시 소재 더존ICT그룹 강촌캠퍼스. 낮은 언덕들 사이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연구개발(R&D) 센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들이 2만5000평 규모의 자리에서 위용을 드러낸다. 국내 대표적 인공지능 전환(AX) 기업 더존비즈온의 본사다.
최근 이 강촌캠퍼스에 비밀스런 공간이 새롭게 마련됐다. '첨단의료 분야 특화 개인정보 안심구역'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더존을 개인정보 안심구역 운영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민간 최초의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개인정보 안심구역이란 가명정보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사용기한, 보관기관 등에 관련된 각종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제도다. 대신 개인정보 처리절차 및 관리체계, 네트워크 보안 등 별도의 강화된 데이터 처리환경을 갖춰야 한다.
현재 안심구역으로는 통계청(대전)과 국립암센터(고양) 등이 지정돼 있는데, 춘천은 서울 강남권에서 차량으로 40분 거리에 있어 지리적 접근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더존의 개인정보 안심구역은 가명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외부와 접근이 차단된 '제로 트러스트' 보안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제로 트러스트는 '아무것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전제로, 내부 사용자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데이터 처리 과정 전체를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안모델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서용 더존 선임연구원(데이터플랫폼개발유닛장)은 갑자기 금고부터 보여줬다. 안심구역을 드나드는 내외부 직원들이 USB 등 데이터 장치를 보관하도록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안심구역 곳곳에는 CCTV도 설치됐고 모니터링 시설도 심지어 구역 내부에 구축됐다.
이 연구원은 "안심구역 바깥은 물론 구역 내부의 방마다 CCTV를 설치하고 실시간 모니터링도 하면서 제로 트러스트를 구현하고 있다"며 "감시 과정에서 수상한 행동이 확인되면 즉시 퇴실 조치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데이터 열람과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분석실의 경우 두개 기업이 동시에 분석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모든 구역에 대해 출입이 인가된 사람만 접근이 가능하고, 데이터의 반입·반출 역시 별도의 보안 절차를 거친다. 테더링과 같은 별도 인터넷 연결도 차단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허가를 얻지 못한 데이터는 반입할 수 없고, 반출도 마찬가지"라며 "이곳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웃었다.
특히 의료 데이터 활용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병원의 운영 효율성을 높일 방법으로 기대되는데,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선 매우 민감한 데이터로 분류되기 때문에 안전한 활용 환경이 필수적이다.
더존은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해 의료와 바이오 산업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명처리한 데이터를 안전한 환경에서 보관하면서 연구기관·중소기업의 정밀의료 AI 솔루션 개발 등 의료분야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며 "의료 솔루션 기업, 제약사, 대학 등도 각종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더존과 같은 결합 전문기관을 통해야 하는데, 강촌캠퍼스에선 이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존이 향후 조성될 '춘천 기업혁신파크'에서 개인정보 안심구역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더존은 '정밀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통해 주요 병원들과 협력할 예정이다.
더존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 강원대병원 등 10개 주요 병원의 EMR(전자의무기록),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유전체 데이터가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제공하면서 의료 혁신에 기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