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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스론앤리버티)를 출시하면서 한국·대만을 중심으로 한 시장과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한 MMORPG(다중역할접속수행게임) 시장에서 잠재 이용자가 사용하는 플랫폼, 콘텐츠, BM(비즈니스모델) 간 차이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아이온2'의 경우 한국·대만에 연내 출시한 후, 북미·유럽은 변형을 거쳐 길지 않은 시간 내 출시하려고 합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12일 열린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아이온2는 2분기부터 이용자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특색을 알리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몇 년간 기존에 낸 게임의 매출이 하향 안정화하는 한편 신작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매출이 줄어들었다. 'TL'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다 그나마 글로벌에서 최근 반등했고, '호연', '배틀 크러쉬', '저니 오브 모나크' 등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임업계는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아이온'의 후속작 '아이온2'가 엔씨소프트의 구원투수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 때 흥행 보증수표로 꼽혔던 MMORPG 장르의 기세가 예전같지 않은 데다, 엔씨소프트의 MMORPG 신작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일각에선 의구심 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박 대표는 MMORPG의 부진을 두고 "새로운 이용자 경험을 주지 못하고, 리니지라이크와 비슷한 게임이 계속 나오면서 이용자들이 식상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앞서 엔씨소프트가 아이온과 블레이드&소울을 냈을 때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성장했듯, 의미가 있는 MMORPG가 나온다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MMORPG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북미·유럽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TL 글로벌'을 출시하면서 얻은 결과 중 유용했던 건 해외 MMORPG 잠재고객이 많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에 비해 공급이 없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TL 글로벌 출시의 경험을 살려 전략적으로 아이온2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루디우스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MMORTS 장르의 '택탄'은 당초 상반기에 출시하겠다고 했으나, 퍼블리셔와 상의하면서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빅파이어게임즈의 슈팅 게임 'LLL'도 FGT(포커스그룹테스트), CBT(비공개그룹테스트)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는 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26년만에 적자…비용효율화 추진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 1조5781억원, 영업손실 1092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창립한 지 2년차였던 1998년 이후 26년만이며, 상장 후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매출이 전년대비 11.3% 줄어든 데다, 구조조정으로 일회성 인건비가 전년대비 10% 늘어난 9064억원에 달한 원인이 컸다.
박 대표는 추가적으로 감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본사 인원이 3100명까지 감축됐다. 약 1000명이 자회사로 가고 800~900명 정도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동시에 여러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남은 인력으로 출시하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케팅 전략도 각 IP(지식재산권)별로 다르게 설정하는 등 비용효율화에 나선다. 박 대표는 "(오프라인) 게임쇼에 나가는 게 브랜드 마케팅에 좋긴 하지만 ROI(투자대비효과)에 맞는지 보고, 누구를 타깃으로 하고 어떤 시장을 노리는지에 따라 각 IP별로 이용자 소통과 마케팅 방식을 달리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신규 IP(지식재산권) 발굴을 위해 앞으로 5년간 매년 600억~700억원 이상의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다. M&A(인수합병) 시 투자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국내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 미스틸게임즈와 스웨덴의 '문 로버 게임즈', 폴란드 '버추얼 알케미' 등에 투자했다.
엔씨소프트는 슈팅과 서브컬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액션 RPG(역할수행게임)쪽도 보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작년에도 상당한 금액의 투자가 필요한 해외, 국내기업과 협상헀지만 양측의 가격차가 있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계속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게임 M&A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