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쟁률 168대 1" "전 주택형 1순위 당해지역 마감" "정식 계약기간 내 95% 계약"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은 그야말로 열기가 느껴진다. 모델하우스를 가봐도 집을 사려고 보러온 사람들이 넘쳐난다. 수도권 외곽이나 일부 지방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분양성적도 준수하다.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이 부지기수고, 계약률도 70~80%를 쉽게 넘긴다.
하지만 매매시장은 찬바람이 분다. 주택구입 촉진책을 동원한 8.28 전월세 대책 이후 9~10월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거래량도 피크는 지난 듯 보인다. 주택시장의 두 축인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 매매시장이 이렇듯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는 건 왜일까?
◇ '저렴해진 분양가' 수요층에 상대적 매력
우선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배경이다. 전보다 나은 시설의 새 아파트를 헌 아파트 가격와 비슷한 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www.r114.com) 선임연구원은 "주변 시세대비 높은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 거부감이 커지면서 신규 분양가와 기존 매매시세가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전국 분양가와 매매가 사이의 장기 추세를 비교해 보면 최근 3년 사이 분양가격이 기존 매매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3.3㎡ 당 평균 매매가격은 887만원, 분양가격은 936만원으로 격차가 3.3㎡ 당 49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만 살펴보면 3.3㎡ 당 매매가격은 1617만원, 분양가격은 1552만원으로 분양가가 오히려 더 낮았다.
금융위기 이전이면서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이기도 한 2007년 9월에는 분양가가 매매가보다 3.3㎡ 당 200만원이상 높았다.
◇ "분양가는 先物..전세 머무르려는 이유와 같아"
반면 기존주택은 점점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해 매수층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요층의 엷은 주택시장에서 최신 설비로 사용가치를 높인 새 아파트보다 상대적 열세에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분양가가 기존 주택보다 저렴하게 나오면서 분양시장의 열기를 이끄는 것이 주택시장 중장기 전망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 담당 임원은 "신규분양 아파트는 2~3년 뒤 입주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양가는 미래 입주시기 시세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며 "금융시장에서 선물(先物)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가격이 지금보다 낮다는 것은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매수여력이 있는 주택수요층이 비싼 전셋값을 치르면서도 전세시장에 남아있으려고 하는 이유와도 같다. 집을 사더라도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고 오히려 재산세 등 보유비용만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 차례 대책도 별무소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3주 연속 0.01%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월간으로도 9~10월 상승 움직임이 11월 다시 하락반전(전월대비 0.06% 하락)했다. 서울 전셋값은 주간 0.14%의 상승률로 66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