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 후엔 유동성이 문제다. 건설사가 월급을 주고 빚을 갚기 위해선 현장을 돌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당장 돈이 필요하다.
작년에 9373억원의 영업손실(K-IFRS 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본 GS건설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은 지난 6일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 콜에서 유상증자와 파르나스호텔 등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을 밝혔다.
◇ 부채비율 1년새 187%→277%
GS건설은 이미 작년 1분기 실적 발표전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8000억원 규모의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해외현장 손실을 파악한 GS건설이 실적발표에 앞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GS건설의 부채 총계는 2012년말 7조4720억원에서 작년말 9조1710억원으로 1년새 1조6990억원(22.7%)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2012년말 186.9% 등 금융위기 이후에도 200%를 넘지 않았으나 작년 말엔 276.9%로 뛰었다. 그만큼 자기자본보다 부채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작년 1분기 5355억원의 영업손실로 '어닝 쇼크'를 겪은 GS건설은 이어진 2·3분기 각각 1603억원, 1047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였지만 4분기에 다시 1393억원으로 손실이 늘어났다.
4분기 실적은 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201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고 작년 연간 영업손실은 1분기 어닝 쇼크 후 제시한 목표치인 7988억원보다 1385억원이나 많았다. GS건설의 적자는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부실 뇌관' PF 1조6200억
여기에 부채에 포함되지 않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채가 작년말 현재 1조6200억원 가량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GS건설이 올해 상환해야할 회사채 규모는 5340억원에 이르며 이는 올 4~5월에 집중돼 있다.
지난 달에는 투자심리가 악화된 국내 시장을 피해 해외에서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GS건설은 지난달 JP모건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1억달러(약 1070억원)의 해외공모 전환사채(CB)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발행했다. 이는 계획했던 2000억원어치의 절반 수준이다.
▲ GS건설 시기별 회사채 및 기업어음 만기 상환액 규모(자료: GS건설) |
GS건설 측은 현재 "유상증자를 검토중이지만 시기와 방법, 규모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건설업계와 금융권에서는 1분기 중 5000억~7000억원의 규모의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있다.
GS건설은 현재 12곳의 미착공 현장의 PF 규모가 1조5000억원이고 올해 안에 이 중 절반 가량을 분양할 계획인데 분양을 위해서도 운전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GS건설은 증자와 함께 서울 삼성동 그랜드와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파르나스호텔 지분과 전국 각지에 있는 모델하우스 부지을 매각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매각 예상가는 각각 6000억~7000억원, 2000억원이다. GS건설은 작년에도 서울역 앞 사옥과 문정프라자를 처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