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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역습 (feat. 분양가 상한제)

  • 2017.09.13(수) 10:02

분양가 상한제의 두 얼굴...그리고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는 수단인 분양가 상한제는 좋은 얼굴과 나쁜 얼굴을 갖고 있다. 좋은 얼굴은 집값 안정이라는 얼굴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는 종전보다 10~20% 정도 내려간다는 게 경험칙이다.

 

아파트 시장은 새 아파트 분양시장과 기존 아파트 거래시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새 아파트 값을 누르면 기존 아파트 값도 집히게 된다. 특수시장인 재건축아파트 역시 분양가 규제로 받을 수 있는 분양대금이 줄어들면 조합원 기대수익이 줄어 가격 오름세가 둔화된다.

 

가성비 좋은 '신상(新商品)'이 나오면 중고 상품의 가격에 제동이 걸리는 이치다. 신상이 가격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좋은 얼굴은 정부가 가격에 손 대게 만드는 유혹의 얼굴이다.

 

 

나쁜 얼굴은 주로 공급 사이드에서 나타나는데, 공급 위축과 품질 저하라는 일그러진 얼굴이다.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주택 비중을 줄이는 대신 토목 건축 플랜트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한다. 자연히 주택 공급은 줄어들게 된다. 주택 전문업체들은 자재비와 인건비를 후려쳐 이익을 보전하려고 하는데 이러다보면 품질은 뒷전으로 밀린다.

 

아파트 획일화로 주거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2000년대 이전 지어진 아파트들이 하나같이 성냥갑 모양인 것은 공사 원가가 고정돼 있어 특색 있게 지을 유인(誘引)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 그런 집을 짓는다면 또 다른 환경 파괴나 다름없다.

 

분양가 상한제는 좋은 얼굴과 나쁜 얼굴 뒤에 탐욕의 얼굴을 숨기고 있다.

 

가격을 통제하면 공급가격과 시장가격의 갭(Gap)이 생기게 되는데 이 갭을 분양 당첨자가 독식하는 문제가 생긴다. 로또 복권과 다를 바 없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대개 좌파 정부는 불로소득(지대추구 행위)을 죄악시하는데 분양가상한제가 불로소득을 조장하는 꼴이 된다.

 

오는 10월 말부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다시 적용될 전망이다. 대상은 강남 재건축아파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이번에도 좋은 얼굴에 꽂혀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탐욕의 얼굴에 주목해야 한다. 강남 재건축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불로소득을 부자에게 몰아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8.2대책으로 은행 대출을 묶으면서 고가 아파트 분양시장은 현금 동원력이 있는 부자들만의 리그가 됐다. 재건축 분양시장이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이 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시세차익을 걷어 들이는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든가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든가 하는 보완장치가 없다면, 8.2대책은 부자들의 역습에 곤죽이 될 수 있다.
 

☞채권입찰제 
채권입찰제는 시세차익 환수장치로, 채권매입액을 많이 적어내는 순서대로 당첨자를 뽑는 방식이다. 단, 입찰 금액이 같을 때는 가점제로 선정한다. 90년대 서울시 동시분양 등에 적용됐고 최근에는 2006년 판교신도시 중대형아파트에 적용된 바 있다. 당시 판교 중대형(44평형) 실 분양가는 8억1000만원선이었다. [분양가 5억6000만원+채권손실액 2억5000만원(채권상한액 6억5800만원X손실율 38%)]
 

☞☞분양가상한제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이 과도하게 엄격해 제도 적용 자체가 어려운 점을 개선해 10월 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에 완화한 분양가 상한제 기준은 주택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 중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통계청)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지역에서 ① 최근 12개월 간 해당지역 평균 분양가격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도시주택보증공사)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 ②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각각 5대 1(전용 85㎡ 이하 10대 1)을 초과한 경우 ③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중 하나만 해당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공동주택(20가구 이상) 분양 가격은 '건축비(기본형 건축비+건축비 가산비용)와 택지비, 일정 이윤'을 합산한 가격 이하로 제한된다.
 

☞☞☞분양가상한제 약사

2015년 4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사실상 배제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2006년 2월 공공택지 내 모든 주택 분양가 상한제 적용
2005년 3월 공공택지 중소형 분양가 상한제 도입 

1999년 분양가 자율화
1995년 일부지역 중대형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1997년 지방 분양가 자율화
1989~1995 원가연동제
1977~1989 분양가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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