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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탈석탄 선언…삼성생명·화재로 이어질까

  • 2020.10.28(수) 16:28

베트남 붕앙2 화력발전소 사업추진 국내외 비판여론 부담
삼성생명·삼성화재 석탄금융 국내 1,2위…탈석탄 확산할까

삼성물산이 석탄 관련 투자, 시공 및 트레이딩 사업 등의 신규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탈 석탄' 선언을 하면서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 별세 직후에 이뤄진 결정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이보다 최근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에 참여키로 하면서 국내는 물론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컸던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논란이 일었던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와 현재 시공중인 강릉안인화력 발전소 사업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환경단체의 반발은 크다. 하지만 비금융회사로는 첫 탈석탄 선언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내 다른 계열사로 확산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 베트남 붕앙2 국내외 비난여론 부담된 듯

삼성물산 이사회는 27일 석탄 사업과 관련해 신규 사업은 전면 중단하고, 기존 사업은 완공∙계약 종료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수한다는 '탈 석탄' 방침을 결정했다.

건설부문은 현재 시공 중인 강릉안인화력 발전소와 이번에 참여하는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소는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해 시공할 계획이다. 상사부문 역시 기존의 계약된 석탄 트레이딩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기존 계약 종료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수할 예정이다.

석탄관련 사업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2018년 5월 수주한 강릉안인화력 발전소의 경우 계약금액이 4조3558억원으로 당시 삼성물산 매출액 29조원의 15%에 달하는 적지 않은 규모다.

삼성물산이 탈석탄 선언을 한 결정적인 배경엔 베트남 석탄화력 발전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서 지난 9월23일 베트남 석탄화력 발전사업 참여 여부와 관련해 정부간 관계, 고객·파트너 신뢰, 건설 기술력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참여 의견을 제시했다.

이 사업은 한국전력이 2조6000억원 규모로 베트남 북동부 하띤성에 1200MW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가 22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로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참여한다.

삼성물산이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컸다. 특히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스웨덴의 노르디아와 덴마크 연금펀드 MP펜션, 핀란드 교회연기금 등 글로벌 대형투자회사들이 한전과 삼성물산을 비롯해 이 사업에 참여하는 12개 기업에 서한을 보내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한 글로벌 투자사들이 이처럼 관심을 쏟는 데는 이미 국제사회에선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파리기후협약)하기 위해 OECD 국가와 EU 28개국은 2030년 안에, 나머지 국가는 2050년 안에 석탄발전소를 폐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비금융기관에서 최초로 탈석탄선언을 한데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국제사회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순 제로(0)'로 만들기 위해 로드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베트남 붕앙2 사업을 지속하기로 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붕앙2 화력발전소는 2025년 1월 완공되는데 이후 30년을 사용한다고 하면 2055년까지 가동이 되는 셈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판여론이 컸던 게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경우 삼성전자 등 그룹차원에서 유럽 내 비즈니스가 많고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에서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나 평판 등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면서 "탈 석탄 선언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내 금융계열사로 확산할까

그룹의 핵심인 삼성물산이 탈석탄 선언을 하면서 석탄사업에 대한 투자규모가 금융회사 가운데서도 가장 컸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그룹내 다른 계열사로 확산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회사 가운데선 KB금융이 처음으로 탈석탄 선언을 했다. 지난 9월21일 주력계열사인 국민은행 등 모든 계열사가 동참해 지난 9월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 및 채권인수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린피스가 올해 6월 낸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0년 6월말까지 누적기준으로 민간금융기관 가운데 석탄금융을 가장 많이 한 곳이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으로 나타났다. 각각 7조7000억원, 7조4000억원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이 두회사는 고성하이화력, 강릉안인화력, 삼척선탁화력 등에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을 통해 투자하고 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삼성물산이 탈 석탄 선언을 하면서 나머지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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