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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청약이 뭐기에'…혼인신고 서두르거나 미루거나

  • 2020.11.16(월) 17:45

혼인신고, 청약가점 때문에 서두르고 특공 때문에 미루고
부동산 정책이 결혼풍습 바꿔…사전청약 앞두고 '고심'

혼인신고부터 하자 vs 혼인신고 미루자

날이 갈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결혼 풍습도 달라지고 있다. 결혼식 직후에 혼인신고를 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주택 청약, 대출 조건 등에 맞춰 혼인신고 시점을 조정하는 사례들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혼인신고 타이밍을 재는 예비부부 또는 신혼부부들이 눈에 띈다. 

◇ 코로나로 결혼식 미뤄도 혼인신고는 '속도위반'

특히 이달 청약을 받은 과천 지식정보타운 S1, S4, S5블록을 분양받기 위해 일부 예비부부들이 혼인신고를 서둘렀다. 청약 가점을 높여서 청약 당첨 확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부동산 규제로 가뜩이나 수도권 주택 공급이 뜸한 가운데 강남과 가까운 과천 입지인 데다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로또 청약'이기 때문이다. 민간분양에서 처음 공급되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추첨제)과 3개 단지 동시청약이 된다는 점도 당첨 기대감을 높였다. 

최 모 씨(36)는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을 반년째 미루고 있는데 과천 지정타 분양 소식에 혼인신고뿐만 아니라 전입신고까지 했다"며 "개인 가점으로는 택도 없기 때문에 부부로서 할 수 있는 특별공급도 신청하고 일반공급, 동시청약까지 해볼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김 모 씨(33)는 "올 초에 결혼은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었는데 과천 지정타에 청약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했다"며 "비록 당첨되진 못했지만 앞으로 수도권에 분양할 때마다 꾸준히 특공을 넣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가점제는 나이가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2030 젊은 세대들은 당첨 확률이 낮다. 다만 결혼을 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진다. 

가령 당해지역에 3년 이상 거주했고 만 17세부터 청약통장에 가입한 A씨(31)의 청약가점은 청약통장 가입기간 13점(11년 이상), 무주택기간 2점(1년 미만), 부양가족 수 5점(본인 1명)으로 총점이 20점(84점 만점)에 불과하다.

A씨가 올해 결혼을 해서 혼인신고를 한다고 해도 부양가족 수가 1명 추가돼 총점이 겨우 5점 늘어난다. 하지만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가능(소득요건 등 충족할 경우)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혼인신고 후 A씨의 신혼부부 특공 가점은 자녀 수 0점, 혼인기간 3점(3년 이하), 거주기간 3점(3년 이상), 청약저축 납입횟수 3점(24회 이상)으로 13점 만점에 9점에 달한다. 

◇ '청약경쟁이 너무해'…혼인신고 무한연기하기도

혼인신고를 최대한 미루는 사례도 있다.

과거 주택담보대출이 잘 나오던 시절엔 갭투자, 다주택 보유 등을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최근엔 부부가 개인 청약 통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혼인신고를 미루는 추세다.

내년에 결혼을 준비 중인 한 모씨(31)는 "결혼식은 하되 당분간 혼인신고는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청약 경쟁이 너무 심해서 둘 다 청약 통장을 유지하면서 수도권에 괜찮은 분양이 있을 때마다 각자 청약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갈수록 청약 경쟁률과 당첨 가점 커트라인이 높아지자 부부가 각자 청약통장을 유지하면서 청약을 시도해보겠다는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면 세대주만 청약 통장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 청약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천 지정타 3개 단지는 일반분양과 특별공급 모두 각각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고,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1순위 기타경기 전용면적 84㎡E에선 84점(만점)짜리 통장이 나올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아울러 신혼부부 특공의 경우 혼인기간이 짧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원하는 단지가 분양할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밖에 대출 환경이나 세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대출은 1인 기준 소득한도가 7000만원이지만 부부일 땐 8500만원이기 때문에 (결혼후 맞벌이보다)미혼이 유리할 수 있다. 유주택자의 경우 혼인신고를 하면 1가구 2주택자가 되는데 5년 이내 집을 처분해야만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이렇듯 2030세대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 혼인신고 시점까지 조율해가며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기대만큼 수월하진 않을 전망이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벌써부터 높은 청약 경쟁률이 예상되고 있다. 내년부터 특별공급 소득기준이 완화되면서 청약 대상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신혼부부 특공 대상자는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00~120%가 적용되는데 내년부터는 140%까지 확대된다. 생애최초 특공은 소득요건이 130%에서 160%로 완화된다. 올해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3인 기준) 140%는 세전 월 778만원으로 연봉으로 따지면 9400만원 수준이다. 물량은 정해져있는데 소득기준만 완화되니 청약문이 오히려 좁아진 셈이다.

더군다나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임대주택,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등 공공임대 공급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분양주택에 대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이번 특공 소득기준 완화로 청약 대상 범위가 넓어지면서 청약 경쟁률이 더 세질 것"이라며 "다만 3기 신도시 물량이 많기 때문에 지역별로 양극화가 있을 수 있고, 생애최초 등 특공 유형도 다양하니 상황에 맞춰 혼인신고 시점을 미루는 등 청약 전략을 꼼꼼히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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