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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꼼수? 아파트 발코니옵션 '묶음판매' 안돼요

  • 2021.01.21(목) 18:00

아파트 분양 '발코니확장 끼워팔기' 등 추가옵션 일괄선택 제한
소비자 선택권 넓어질듯…업계 "단가 인상·공사지연" 울상

'발코니 확장하면 주방TV, 신발장, 월패드 드려요~'

앞으로 이런 식의 아파트 '옵션 묶음판매'가 금지된다. 발코니확장비용에 추가품목을 끼워파는 이른바 '통합옵션'을 통한 사실상의 분양가 상향,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은 아파트 분양 시 합리적으로 추가품목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시행사나 시공사 등 사업주체들은 울상이다. 분양가 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이익을 보전할 수단이 사라지고 가구별로 추가품목을 제각각 선택하면 관리가 상대적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사가 지연되고 개별품목의 단가가 오를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발코니 확장비가 '분양가의 4분의 1'

국토교통부는 오는 22일부터 아파트 분양 시 추가선택품목의 일괄선택을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개정안은 3월3일까지 입법예고 후 관계기관 협의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3월 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분양가상한제 비적용 주택은 '옵션 일괄선택'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었다. 다수의 시공·시행사들은 발코니확장 시 시스템 창호, 주방TV 등의 추가품목 여러개를 얹어 통합 제공하는 조건으로 가격을 책정해왔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옵션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간편하기도 했지만 개별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불만 요인으로 꼽혔다. 사실상 발코니확장을 선택해야 하는 평면인 경우에도 통합옵션이 설정돼 있으면 발코니확장을 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나머지 옵션들도 함께 계약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업주체들이 이를 악용해 분양가를 우회적으로 올리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번 법안 개정의 도화선이 된 '부천 소사 현진 에버빌' 분양가를 보면 전용면적 59~102㎡의 분양가는 3억4940만~6억623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발코니확장비가 타입별로 8657만~1억4113만원에 달했다. 발코니확장비용은 전용면적, 마감재 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000만원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전용 59㎡를 분양받았을 경우 분양가에서 발코니확장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최고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단지의 확장비는 '통합 발코니 계약 비용'으로 발코니확장뿐만 아니라 붙박이장, 냉장고장, 신발장 등 10개의 추가품목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이를 감안해도 높은 금액인 데다 발코니확장을 선택하지 않은 청약 당첨자들의 계약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국토부는 앞으로 모든 분양 주택은 추가선택품목을 포함할 때 개별품목별로 구분해 제시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둘 이상의 추가선택품목을 '일괄 선택' 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아울러 승인권자인 시장‧군수‧구청장은 입주자모집 승인 시 추가 선택 품목의 개별제시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 소비자 선택권 인정…업체들 

시장에선 그동안 일부 시공·시행사의 '분양가 꼼수'로 악용된 옵션 제도가 바뀌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발코니확장비 5천만원 시대?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발코니확장비용 등 옵션품목을 개별 제시하게 되면 가격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라고 평했다. 

건설업계는 울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분양가 통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옵션 일괄선택까지 막히면 이익 보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하에서는 택지비, 공사비는 거의 고정이기 때문에 옵션비용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면 시행자들의 부담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들은 미분양이 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정해진 공정 순서가 있기 때문에 미분양이 나도 발주를 해야 되는데 옵션을 개별선택하도록 하면 공사하기가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공사기간을 못 맞출 수도 있고 현장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옵션제도 변경으로 인한 분양가 변화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파트 평면이나 콘셉트상 옵션 선택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이미 상당 수의 소비자들이 옵션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서진형 회장은 "요즘 나온 아파트들은 구조상 여러 옵션을 선택할 밖에 없게 돼 있는데 개별 선택을 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에 따라 오히려 단가가 조금 올라갈 수 있다"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이전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아질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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