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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한남3' 사태 2년…아슬아슬한 정비사업 입찰 제안

  • 2022.02.24(목) 06:30

한남3 여파 '수주전 몸사리기'…지금은 아냐
분양가 보장·사업비 대여 등 파격제안
서울시 '규제 완화' 움직임에…기대감 커져

정비업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한남3구역 사태' 이후 한동안 점잖던 정비사업 수주전이 다시 과감해지고 있습니다. 안으로는 부동산 규제, 밖으로는 코로나19 탓에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시공사들이 수주 경쟁에 열을 올리는 모습인데요.

그러다보니 선을 넘을락 말락한 입찰제안들이 눈에 띕니다. 한때 정비사업 규제에 앞장서던 서울시까지 '완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니 점점 더 파격적인 제안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분양가 보장하고 층수 올리고 '파격제안'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분양가 보장, 사업비 무이자 대여, 층수 상향 등 공격적인 입찰 제안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초 시공사를 선정한 경기도 안양시 관양현대 재건축(1313가구) 사업 수주전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후분양을 조건으로 일반분양가 3.3㎡(1평)당 4800만원을 보장해 이목을 끌었는데요. ▷관련기사:[집잇슈]관양 현대, 'NO 현대산업개발' 터닝포인트 될까(2월7일)

이 과정에서 분담금을 걷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환급하겠다고 약속했고요. 당시 경쟁사 또한 이에 질세라 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마이너스옵션 등을 약속했습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강맨션 재건축(1441가구) 사업 수주전에서는 '층수 상향' 제안도 나왔습니다. 시공사로 최종 선정된 GS건설은 향후 서울시의 층수규제 완화를 염두에 두고 조합에 서울시로부터 인가받은 설계안과 별도로 68층짜리 설계안도 추가로 제시했는데요. 현재 '35층 룰'이 있는 상황에서 두 배가 넘는 층수를 제안한 셈이죠. 

이달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은평구 불광5구역 재개발(2387가구) 사업에선 특별 사업촉진비 1000억원 책정, 대안설계 등의 제안이 나왔고요. 지난해 12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경기 안산 고잔연립3구역(1026가구) 수주전에서는 분담금 환급 등의 제안도 있었습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입찰 제안들인데요.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때는 시공사들의 과도한 입찰 경쟁이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었거든요. ▷관련기사:한남3구역이 쏘아올린 작지 않은 공(2020년1월8일)

당시 국토부와 서울시가 '과도한 입찰제안'으로 지적한 건 △사업비·이주비 등과 관련한 무이자 지원 △분양가 보장 및 임대주택 제로 △혁신설계 등이었습니다. 

이같은 제안은 '조합원들의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것으로 보고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등이라며 제재했는데요. 결국 국토부와 서울시는 2019년 11월 한남3구역 조합에 대해 '입찰 무효 및 재입찰' 권고를 내린데 이어 이례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검찰 수사에선 혐의가 아무것도 인정되지 않아서 유야무야 됐는데요. 다만 한남3구역 수주전이 '본보기'가 되면서 다른 정비사업 수주전에선 알아서 몸을 사리며 '뺄 건 빼고 가자'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규제하더니…이젠 아냐?

그러나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선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습니다. 시공사들의 '눈치보기'는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한남3구역 사태가 결국 검찰 불기소로 끝나면서 정비사업 입찰제안 기준이 더 애매해지기도 했고요. ▷관련기사: '면죄부' 받은 한남3구역…수주전 다시 불 지필라(2020년1월22일) 앞장 서서 정비사업을 규제하던 서울시까지 '태세 전환'에 나서자 분위기가 더 느슨해진듯 합니다. 

과거 한남3구역 수주전에 제동을 걸던 때만 해도 서울시는 정비사업에 방어적이었는데요. 지난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규제 완화 쪽으로 확 기운 상태입니다. 

지난해 8월엔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이 '스카이브리지'(고층 건물 상부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는데요. 스카이브리지는 서울시에서 설치를 반대했던 대표적인 특화설계로, 한남3구역에서도 입찰 제안이 나왔으나 제재를 받은 적 있었는데요. 잠실미성·크로바를 시작으로 스카이브리지 설치의 길이 열렸습니다. 

'35층 룰'도 풀릴 기세입니다. 최근 잠실주공5단지의 '50층짜리' 건축설계안이 7년 만에 서울시 문턱을 넘었거든요. 이에 GS건설이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에서 제안했던 '68층 설계' 현실화에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입니다. 제안이 나왔던 1월만 해도 '무리안 대안설계'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서울시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세 상황이 바뀌었는데요. ▷관련기사:잠실5단지 '50층 아파트' 신호탄…들뜬 강남·여의도 재건축(2월18일)

또다시 과도한 입찰제안을 통한 경쟁 과열이나 집값 자극을 일각에선 우려하는데요. 한편으로 도시경관 발전 등을 위해선 일부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공사들의 과도한 경쟁은 지양해야 하지만 민간시장의 경쟁이 있어야 도시 경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남3구역 등 선례를 바탕으로 더 보완·개선된 안이 나오는 게 올바른 선순환"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은 자치구에서 단계마다 검토하고 적정한지 판단해서 승인하게 돼 있다"며 "향후 입찰제안 내용이 문제가 되면 자치구 또는 서울시에서 전문가 대동 하에 점검·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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