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레고랜드 금융대란]②'돈맥경화 왔다' 벌벌 떠는 건설업계

  • 2022.10.26(수) 06:30

미분양 확산에 돈줄도 막혀, 자금경색 우려
우량사업 둔촌주공도 자금난…중소건설사 '위기'

위기의 전조일까, 아니면 일시적 경색에 그치게 될까. 레고랜드 사태의 불똥이 순식간에 건설업계로 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우량 사업장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이 실패한 데다 시공능력평가 8위인 롯데건설이 그룹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등 불안감을 키우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면서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치면서 중소 지방 건설사와 영세한 시행사들이 위기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런 분위기가 지속할 경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PF 탓에 업계가 휘청였던 흐름이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며 자금난을 더욱 키우는 상황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둔촌주공 차환 실패에…롯데건설 자금 수혈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이 만기인 최근 둔촌주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권에 대한 자산담보부단기채(ABSTP) 차환이 실패하면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앞서 둔촌추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 8월 사업비 조달을 위해 시공사업단의 보증을 받아 단기사채의 일종인 ABSTP를 발행한 바 있다. 이후 증권사들은 어음 만기를 앞두고 7000억원에 1250억원을 더해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4곳이 사업비 7000억원을 오는 28일까지 자체 자금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각각 1640억에서 196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앞서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등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7000억원을 긴급 수혈했다. 지난 20일 롯데케미칼과 5000억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19일엔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증자(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차환 실패는 레고랜드 사태가 트리거가 됐다. 자금경색에 부동산PF에 대한 불신 또한 커졌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PF ABCP 등 유동화 증권의 평균 유통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이달 들어 상승 곡선이 더욱 가팔라졌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금융위기와 다를까?…신용평가사 "적극 모니터링"

둔촌주공 같은 우량사업장마저 자금난을 겪으면서 시장에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건설사들이 줄도산했던 악몽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당시 부동산PF 보증 여파 등으로 100대 건설사 중 45개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파고를 겪은 바 있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일부 건설사의 부도설 등 근거 없는 루머가 확산하기도 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당장 자금 시장이 얼어붙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어려워지긴 했지만 건설 업체들의 실적 악화 등으로 자금난에 빠진 건 아닌 만큼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개 부동산 경기 악화 이후 미분양 증가, 시행사 현금흐름 악화, PF부실로 이어졌다면, 지금은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PF 지급보증 사태라는 점에서 시작점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또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PF시장에서 비교적 보수적으로 참여하면서 리스크를 줄여왔기 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 등 직접적 형태의 신용보강을 회피하고 자금보충, 책임준공 등 제한적 형태의 신용보강으로 전환했다"며 "이번 사이클에서 건설사들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주택경기가 빠르게 침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분위기 또한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 정권 부동산 경기 활황에 맞춰 국내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 사업을 확대해왔다는 점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부동산 활황에 눈덩이된 부동산PF

우선 건설사들이 리스크를 분산하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PF보증규모가 증가했다는 점이 우려된다. 실제 신용평가사들도 건설사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투자등급을 보유한 건설사들의 PF 보증 규모는 지난 2009년 말 기준으로 25조원을 상회했지만 직접 신용보강 축소로 2018년 말에는 약 12조원으로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6월 말에는 다시 18조원으로 늘었다. 전지훈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절대적인 PF보증 규모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사가 보증을 선 유동화증권이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해당 물량을 건설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건설사 신용보강에 의한 단기 PF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이달 말에는 2조1000억원, 다음 달에는 2조8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홍성기 나이스신용평가 SF평가1실장은 "연말까지 지방자치단체 신용도 유동화증권과 건설사 신용보강 유동화증권 등의 차환 발행 현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금 시장 경색으로 기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신규 사업 추진이 막힐 수 있다는 점이 건설사들에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택 시장 침체로 인한 미분양이 확산할 경우 건설사의 영업 저하로 인한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유동화시장의 경색이 당초 전망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와 신용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주택 및 분양경기 침체 등 영업 여건의 변동성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해당 영향을 신용도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기업계열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주로 미분양 가능성이 적은 핵심지에 사업장이 많은 데다가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미분양 우려가 큰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둔촌주공 PF 차환 실패 자체가 업계에 큰 타격이 되지는 않겠지만, 혹여 이런 일이 반복되면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