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시작된 청약시장 훈풍이 경기도로 퍼지고 있다. 경기 광명의 경우 작년 미분양이 발생했던 단지가 최근 '완판'에 성공했고, 새로 분양한 단지는 특별공급 경쟁률이 오르는 등 준수한 청약 성적이 기대된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서울을 중심으로 조금씩 성과를 거두는 분위기다. 다만 대구 등 지방에선 여전히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실거주 의무 폐지, 취득세 중과 완화 등 추가 규제 완화가 예고된 만큼 앞으로 이들 시장까지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분양시장 봄, 경기도까진 왔나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일 특별공급을 진행한 경기 '광명 자이더샵포레나(광명 1R 재개발)'는 평균 2.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87가구 모집에 총 1023명이 신청했다. 작년 말 이 지역에 분양했던 '광명 호반써밋 그랜드 에비뉴'(평균 1.4대 1)보다 경쟁률이 올랐다.
생애 최초 신청자가 가장 많았다. 총 122가구 모집에 796명이 접수하며 6.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주로 전용 39·49㎡ 소형타입을 신청했다. 신혼부부 경쟁률은 평균 1.48대 1로 140가구 모집에 207명이 접수했다.
광명 호반써밋 그랜드 에비뉴도 최근 완판에 성공했다. 분양 당시에는 1·2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0.62대 1을 기록하며 9개 주택형 중 7개에서 미달이 발생한 바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분양 초기에 소형평형 미분양이 있었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했음에도 완판됐다"며 "전매제한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된 점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분양시장은 전반적으로 회복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기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77.1%로 작년 4분기(73.3%)보다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청약 훈풍을 이끄는 서울은 20.8%에서 98%로 크게 올랐다.
초기 분양률은 분양 개시일 이후 3개월 초과~6개월 이하인 단지에서 분양 가구 대비 계약을 체결한 가구 비율을 뜻한다. 조사에는 분양 가구 수가 30가구 이상인 아파트가 모두 포함됐다.
미분양 주택도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만1034가구로 전월(1만2541가구)보다 12% 줄었다. 경기의 경우 지난 2월 7288가구에서 3월 6385가구로 12.4% 감소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 주요 분양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오고, 3월 미분양 주택은 11개월 만에 감소했다"며 "시장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 아직…추가 규제완화 기대
다만 서울·경기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수도권에서도 인천은 초기 분양률 감소, 미분양 물량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분양을 시작한 인천 서구 '칸타빌 더 스위트'의 경우 609가구 모집에 1·2순위를 통틀어 232가구가 신청하며 6개 주택형 중 4개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대구의 경우 초기 분양률이 작년 4분기 26.4%에서 올 1분기 1.4%로 추락했다. 100가구를 분양하면 단 1가구만 계약이 된 셈이다. 대구에선 작년 말 분양한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이후 분양에 나선 단지가 없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광주 '벨루미체 첨단'은 평균 0.3대 1, 울산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루츠'는 평균 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모두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 지역이 기대하는 건 추가 규제 완화다. 앞서 정부는 1·3대책을 통해 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다주택자의 취득세 중과 배제 등 거래세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관련 기사: 전세사기에 제동 걸린 '실거주의무 폐지'…수분양자 어쩌나(5월2일)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도 역세권이거나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은 지방이라도 경쟁률이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본격적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고 분양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