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임대아파트도 재건축 한다고요?

  • 2023.05.26(금) 06:30

SH공사 이어 LH도 임대 재건축 예고
싱가포르처럼 고급 임대주택 나올까
주민 동의·이주 대책·사업성 등 난관

'50층짜리 고급아파트인데 임대아파트인 것은?'

마치 넌센스 같은 이 질문의 답은 바로 싱가포르의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1848가구)입니다. 공공주택이지만 도심에 위치한 데다 세계에서 가장 높게 지은 고급 아파트죠. 

여기에 확 꽂힌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노후 공공임대아파트의 재건축에 시동을 걸고 있는데요. 최근엔 이한준 LH 사장도 1기 신도시 노후 임대 재건축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도권 임대 시장에 재건축 바람이 불듯 합니다.

과연 이들 임대아파트가 고급 임대아파트로 줄줄이 재탄생할 수 있을까요?

싱가포르의 고품질 임대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서울시

서울도 싱가포르처럼?

공공임대아파트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건설(매입)한 임대주택으로, 임대 기간이 30년 이상인 국민임대주택과 50년 이상인 영구임대주택 등을 말합니다. 

1989년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공급되기 시작해 이제는 재건축 연한(30년)을 넘긴 단지들이 속출하면서 재건축 등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서울시가 가장 먼저 시동을 걸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4월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임대주택 품질 개선 △완전한 소셜믹스 △노후단지 단계적 재정비 등을 추진중인데요. 

시는 서울에서 1980~1990년대 지어진 노후 영구·공공임대단지 약 4만 가구(34개 단지)를 재건축 사업을 통해 총 10만 가구 규모의 새 단지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에요. 

노후 임대아파트는 노원·중랑구가 14개 단지(1만5360가구)로 가장 많고요. 이어 △강서·양천·영등포구 13개 단지(1만212가구) △강남·송파 5개 단지(6603가구) △마포구 2개 단지(2627가구) 등입니다. 

이중 노원구 하계동 하계5단지가 '1호 재건축 임대아파트'로 추진중인데요. 하계5단지는 1989년 지은 국내 첫 영구임대아파트로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입니다. 

오 시장은 이 아파트를 싱가포르의 피나클 앳 덕스톤처럼 '타워팰리스'급 임대주택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인데요. 용적률을 기존 93.11%에서 435%까지 올려 640가구에서 1510가구로 확대, 공급 규모와 평형을 모두 늘린다는 거죠.

신규 물량의 30%는 전용면적 60㎡ 이상 평형으로 채우고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구분되지 않도록 하는 동·호수 공개추첨제 등도 도입하고요.

서울시는 하계5단지를 시작으로 노후 임대아파트들의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탈바꿈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노후 임대아파트는 저층인 경우가 많아서 용적률을 조금만 높여도 기존보다 주택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거든요. 

김헌동 SH공사 사장도 지난 2월 기자설명회에서 "임대주택 중 용도 상향이 가능한 지역은 용도를 상향시켜 최대한 많은 물량을 고품질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노후(1980~1990년대 준공) 영구·공공임대단지./그래픽=비즈워치

사업성·이주대책 등은?

공공임대 재건축 바람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권까지 확산될 전망입니다. 최근 이한준 LH 사장도 1기 신도시 노후 임대아파트 재건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거든요. 1기 신도시는 경기도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5개 도시인데요. 

이한준 사장은 "1기 신도시 현장에서 재건축 시 LH 아파트도 포함해달라는 민원이 있었다"며 "30년 이상돼서 재건축이 가능한 임대주택을 전부 조사해달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임대주택 대부분이 10평 이하 소형 주택인데 공급 당시엔 좋은 주택이었지만 시대 흐름이 따라 굉장히 낙후되고 서비스 질도 안 좋다"며 "용적률을 제대로 받아 살기좋은 임대주택으로 다시 만들어야겠다 생각해서 대상지역을 선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달 19일엔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일 '노후 공공임대주택 정비 특별법'까지 발의됐고요. 조만간 임대아파트 시장에도 재건축 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순항할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우선 임대아파트는 입주민들 소유가 아닌 만큼 재건축 동의를 얻기 어렵습니다. 민간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이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높지만 임대아파트 입주민은 입장이 다르거든요. 

이주 문제도 있습니다. 재건축 하는 동안 입주민들이 이주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또다른 비용이 발생하고요. 임시 주택을 제공한다고 해도 근처에서 또다른 임대주택을 확보하기도 어렵겠죠.

사업성도 걸림돌입니다. 오 시장의 구상처럼 타워팰리스급 아파트를 지으려면 그만큼 사업비가 필요한데 공사비 등이 많이 오른 상태고요. 비용을 투입할수록 임대료가 오르는 것도 문제고요.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대주택 재건축은 주거 환경 개선, 소셜 믹스 등의 차원에선 긍정적인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종전 용적률 및 평형, 분양비율 등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차이날 전망이라 단지에 따라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는 시민 대다수가 공공주택에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로 저소득층이 공공임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고급화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임대료가 올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에 따른 대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