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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사업장 평가등급 '양호'도 만기연장 '깔딱고개'

  • 2024.07.25(목) 07:07

세운재개발 3-2·3·9구역 이번주 브릿지론 만기
3-3·9 만기연장 '유예', 3-2도 연장 안갯속
대주단 "등급 상관없이 '자금력' 따라 판단"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를 통한 PF 사업장 옥석가리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리 대상이 아닌,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양호', '보통' 단계 사업장에서조차 대출만기 연장에 애를 먹고 있어서다.

3-3·9구역 만기연장 유예 '통합개발' 인허가 관건

25일 개발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 도심 고밀 복합개발 후보지이자 오세훈 서울시장 역점사업 중 하나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의 5140억원 규모 브릿지론 만기가 이번 주 도래했다. 

세운지구 3-3구역과 3-9구역은 사업성 평가에서 '보통' 단계(총 4단계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를 받은 우량 사업지다. 각각 1910억원, 133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대출 만기가 지난 23일까지였다. 

하지만 대주단은 총 3240억원 규모에 달하는 브릿리존에 대해 '만기 연장'이 아닌 '유예'를 결정했다. 서울시의 사업지 통합개발 인허가 결과를 보고 만기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형식상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상태지만, 유예기간동안 경공매를 진행하거나 채권회수에 나서지는 않고 해당 기간 이자를 납부받기로 했다. 

해당 사업지의 대주단 관계자는 "통합 개발 승인시 용적률 인센티브 등으로 사업성이 높아지는 만큼 인허가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만기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만기연장 여부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부동산 PF 브릿지론 만기도래 구역 위치도/그래픽=비즈워치

대주단이 만기연장 여부를 판가름할 상환유예기가은 일단 이달 말일(31일)까지다. 여기에 차주가 요청할 경우 대주단 자율협약을 통해 일주일 정도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통합개발 승인이 나면 대주단 4분의 3이 찬성해야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3-3·9 구역은 현재까지 4번의 만기연장이 이뤄진 곳이다. 금융당국의 PF 사업성 평가기준 상 '부실우려' 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도심재개발 특수성이 반영돼 '보통' 등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의 고비는 넘겼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 통합개발 변경계획이 고시됐고 현재는 통합개발 관련 변경인가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다만 인가가 언제 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PF 사업셩 평가기준…"만기연장 필요조건 아냐"

이번 만기연장 여부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PF 사업장 평가등급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3구역 대주단 관계자는 "28일 만기를 앞둔 1900억원 규모 3-2구역 브릿지론 대출 만기연장 역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대출도 계약인 만큼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2구역은 PF 사업장 평가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양호'를 받은 지역이다. 앞선 3-3, 3-9구역 보다도 1단계 높다. 대주단이 직접 사업성을 평가했지만 대출 만기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운재개발 3구역 사업을 진행 중인 시행사 디블록(옛 한호건설그룹)은 그동안 대주단에 6개월 이자를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1년씩 만기를 연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선지급 이자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거나 이자를 후지급 하는 방안이 논의되자 대주단이 연장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시행사 측이 이자 납입 어려움을 토로하며 일부 기간 이자 유예 등을 요구한 만큼 시행사의 현금 동원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대출 만기연장에 관한 판단 기준 가운데 본 PF로 넘어갈 수 있는 사업성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시행사의 현금보유력이다. 금융권이 사업성 높은 곳들에 대해서도 만기연장에 신중한 것은 시행사가 추후 이자 납입을 계속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있는지를 명확히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옥석가리기'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평가 결과가 현재 상황일 뿐 이후 평가는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사업성이 좋아 등급이 높게 나온 지역이라고 해도 당장 사업에 진척이 없다면 사실상 좋은 등급도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대주단에서 내린 평가와 금융당국이 최종 내릴 평가 단계가 달라질 여지도 있다"면서 "현재 평가 결과가 좋아 만기연장을 한다고 해도 만기연장 횟수가 추가되고 이후 기관별로도 재평가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평가등급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성 평가 결과 '양호'나 '보통' 등급을 받아 금융당국이 정한 '정리사업장'이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고금리와 높은 인건비, 원자잿값 등 건설경기 악화 상황이 좋아진 것이 아닌 만큼 현재 등급이 지속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평가등급 양호나 보통이 나온다고 해도 만기가 도래했을 떄 만기 연장 여부는 아예 별개의 이야기"라며 "사업성을 따져 추가적인 시간을 주기 위해 사업성 평가를 하는 것은 맞지만 평가등급 자체가 만기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필요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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