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공항 사고기 조종사들은 관제탑의 "조류 활동 주의" 정보 발부 21초 후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구체 내용은 미공개).
그리고 39초 뒤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됐다. 항공기 비상선언(메이데이)은 이로부터 6초 후 이뤄졌다. 이때는 복행(착륙 중단 후 고도 상승) 중이었다.
복행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은 공항 감시 폐쇄회로카메라(CCTV)에 잡혔다. 양쪽 엔진에서는 조류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군집성이 매우 강한 겨울 철새로 몸길이가 통상 40cm가량인 '가창오리'였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예비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초동 조사결과를 담았다고 25일 국토교통부가 밝혔다. 여기에 블랙박스를 구성하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및 관제 교신 기록 등의 일부가 초 단위로 공개됐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사고기가 복항을 시작한 시점이 블랙박스 중단 후인지나, 복항 전 양쪽 엔진 모두 정상이었는지 등은 아직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조위 측은 "사고기의 운항 상황과 외부 영향, 기체‧엔진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블랙박스(FDR, CVR) 및 관제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 중"이라며 "이는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랙박스는 항공기가 방위각 시설에 충돌하기 4분 7초 전 기록이 중단됐는데, 사조위가 밝힌 그 전후 상황은 이렇다.
2024년 12월29일 오전 8시54분 43초 항공기는 무안관제탑과 착륙 접근을 위해 최초 교신했다. 이 때 관제탑은 활주로 01(남→북 방향)로로 착륙 허가했다. 이어 3분여 뒤(8시57분 50초) 관제탑은 항공기에게 조류 활동 주의 정보를 보냈다.
그리고 21초 뒤인 8시58분 11초, 조종사들은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고 대화했는데, 이 뒤로 39초 후인 8시58분 50초 FDR 및 CVR 기록이 동시 중단됐다. 당시 속도는 161노트(시속 298km), 고도는 498피트(151m)였다.
항공기 조종사가 그 직후 복행 중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선언(메이데이, Mayday)을 실시한 것이 관제탑 교신기록에 남았다. 이 시점은 블랙박스가 작동을 멈춘 지 6초 뒤(CVR 기록으로 계산한 시간)로 추정된다는 게 사조위 설명이다.
이후 4분간 활주로 좌측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활주로 19(북→남 방향)로 착륙하기 위해 우측으로 선회 후 활주로에 정대(수평을 맞춰)해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까지 했다는 것이다.
사조위는 항공기 복행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을 공항 감시 카메라 영상에서 확인했다고도 밝혔다. 엔진조사 중 양쪽 엔진에서 조류 흔적을 발견해 국내전문기관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가창오리는 기러기목 오릿과의 우리나라의 대표적 겨울철새(영명: Baikal Teal, 학명: Anas formosa GEORGI)다. 몸길이는 약 40cm지만 월동기 군집성이 강해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의 대집단을 이룬다. 특히 혹한기에 전남 해남 인근까지 남하해 많이 머무른다.
사조위는 "잔해 정밀 조사, 블랙박스 분석, 비행기록문서 확인, 증인 인터뷰 등 항공기 운항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분석을 수행할 예정"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긴급한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경우 즉시 항공사 등에 안전권고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더욱 전문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한 로컬라이저(방위각) 둔덕과 조류 영향에 대한 부분은 별도의 용역을 통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조위는 이날 무안공항에서 먼저 유가족을 대상으로 사고조사 진행 현황과 향후 계획 설명회 열고 발표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20일 초기 현장조사를 마쳤고, 지난 21일 정밀 분석이 필요한 엔진 등의 잔해를 서울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옮긴 상태다.
예비보고서는 사고 발생 30일이 되는 오는 27일 안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관계국(미국, 프랑스, 태국)에 송부된다. 사조위 홈페이지에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