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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이상 운수종사자' 7개항 중 '미흡' 2개면 부적합

  • 2025.02.19(수) 11:00

국토부, 고령운수자 자격심사 강화
혈압·당뇨도 관리…합격률 3.3%p↓ 예상 

정부가 '제2의 시청역 사고'를 막기 위해 만 65세 이상 택시·버스·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자격 심사 강화를 추진한다. 현재 합격률이 98.5%에 달하는 '자격유지검사'를 더 깐깐하게 바꿔 통과 문턱을 높인다. 

대체 검사인 '의료적정검사' 역시 판정 기준을 까다롭게 한다. 고혈압·당뇨의 경우 운전 중 실신 유발 가능성이 있는 만큼 1기 고혈압, 당뇨병 진단 및 합병증 위험 단계는 '적합'에서 '추적 관리'로 강화한다.

운수 종사자 및 고령 종사자 현황/자료=국토교통부 제공

자격유지검사, 합격률 3.3%p 낮춘다

국토교통부는 만 65세 이상 고령 운수종사자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2월20일~4월1일) 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5월20일 발표한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주요 내용은 사업용 자동차(버스·택시·화물차) 고령 운수종사자의 자격심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만 65세 이상의 운전 종사자는 정기적으로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실시하는 '자격유지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택시·화물차 운수종사자는 대체 검사인 '의료적정검사'를 이용할 수도 있다. 65세 이상은 매 3년, 70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기존 고령 운수종사자 자격검사 제도의 합격률이 지나치게 높아 변별력이 부족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자격유지검사는 △시야각 △도로찾기 △추적 △복합기능 △신호등 △화살표 △표지판 등 7개 항목을 검사한다. 실제 운전과 관련된 인지반응 평가 검사다. 항목별로 우수(1등급), 양호(2등급), 보통(3등급), 미흡(4등급), 불량(5등급)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2개 이상 5등급이면 '부적합'이다.

앞으로는 기존 판정 기준에 더해 사고 발생 관련성이 높은 4개 항목 △시야각 △도로찾기 △추적 △복합기능 중 4등급(미흡)이 2개 이상 있어도 '부적합'으로 판정한다.

국토부의 '2023년 자격유지검사 항목별 등급 분포도'에 따르면 4·5등급 비중이 가장 높은 검사는 신호등 검사(10%)다. 신호등이 적색 신호로 바뀌거나 위험표지판이 보일 때 빠르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검사다. 

다음으로 시야각 검사의 4·5등급 비중이 8.6%로 높다. 자동차 그림이 나타나면 위치를 기억하고 버튼을 조작해 해당 위치를 선택하는 검사다. 복합기능 검사도 4·5등급 비중이 7.9%에 달한다. 

국토부는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자격유지검사의 합격률이 3.3%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초로 제도를 설계할 당시 95%의 합격률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검사가 진행될수록 반복숙달 문제 등으로 현재는 98.5%의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고 제도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2023년도 데이터를 가지고 시뮬레이션 한 결과, 강화된 기준을 시행하면 합격률이 3.3%포인트 정도 떨어져 95.2% 수준으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년 10만명 정도 응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검사 불합격자가 3300명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의료적성검사 혈압·혈당 항목 판정기준 비교/자료=국토교통부 제공

1기 고혈압, 적합→추적관리

아울러 고위험 사고발생 건수가 많은 택시·화물차 운수종사자는 자격유지검사만 수검토록 제한한다. 중상사고(3년간 3주 이상 인사사고) 야기, 도로교통법상 벌점 81점 이상이 대상이다.

만 75세 이상 운수종사자도 자격유지검사만 가능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만 65세 미만에 비해 만 75세 이상 운전자의 주요 사고 발생률이 두 배가량 높다.

해외에서도 이를 감안해 고령자에 대한 운전 자격을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만 75세 이상 운전자는 버스·트럭 면허가 정지되고, 일본은 만 76세 이상 면허 갱신 시 기억·판단력 검사 및 실습 시험을 봐야 한다. 

자격유지검사·의료적성검사 부적합자는 14일마다 반복해서 재검사를 받을 수 있다. 횟수 제한은 없다. 다만 반복 숙달을 통한 통과를 방지하기 위해 3회차부터는 재검사 제한기간을 30일로 연장한다. 4회차 재검사(사고 위험군)부터는 신규 검사 기준으로 검사한다. 

자격유지검사 대체 검사인 '의료적성검사'의 평가 기준도 더 깐깐해진다. 현재 의료적성검사는 전국 병·의원 37개에서 받을 수 있다. △혈압 △혈당 △시력 △시야각 △인지 △미로 △걷기 △악력 등 8개 항목 중 1개라도 적합 기준 미달 시 '부적합' 판정한다. 

기존엔 △혈압 △혈당 △시력 △시야각 4개 항목은 건강검진결과통보서 또는 검진결과서로 의료적성검사를 대체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부실·부정검사 방지를 위해 건강검진기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건강검진기관에서 발급한 건강검진결과 통보서만 인정한다.

의료적성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검진결과서의 유효기간도 최근 6개월(70세 이상)~1년(65~69세)에서 3개월(70세 이상)~6개월(65~69세)로 단축한다. 

의료적성검사 수행 병·의원도 국토부가 사전 지정하고, 허위 진단 적발 시 지정을 취소한다. 의료적성검사 결과서는 운수종사자가 아닌 병·의원이 TS에 직접 통보하게 한다. 

혈압·혈당 적합 판정 기준도 강화한다. 기존엔 의료계의 일반적인 고혈압·당뇨병 진단 기준보다 다소 완화해 운영했으나, 이 질병이 운전 중 실신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강화키로 했다. 

그동안 '적합' 판정했던 1기 고혈압군(수축기 혈압 140 이상~160 미만에 이완기 90 이상~100 미만)은 수검일로부터 6개월마다 검사할 수 있는 '추적 관리'로 판정한다. 당화혈색소는 6.5% 이상(당뇨병 진단), 7.5~9.0% 미만(합병증 위험 단계)도 '적합'에서 '추적 관리'로 상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혈압·혈당은 약으로 조정할 수 있어서 의료 권고치보다 완화돼 있다"며 "이번 방안은 의료계 기준 이하로 반복해서 (검사 결과지를) 제출하도록 해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를 한 번도 일으키지 않았거나 건강 관리를 잘한 운전자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20년간 무사고를 냈거나 자격 검사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분, 건강 상태가 좋은 분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도 개선이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고 추가적인 여러 가지 제도개선을 해야하기 때문에 같이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도 개선에 따른 고령자 운수종사자의 생계 위협 등 우려에 대해서는 "업계와 논의해보니 개인택시는 자격 검사 불합격 이후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나갈(퇴직할) 수 있게 준비 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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