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4차'에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이른바 '1군 건설사'들이 집결했다. 조합이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사전 홍보 기간을 정해 단지 내 홍보 칸막이 공간(부스)을 제공하면서다.
대부분 이 단지 주민인 조합원들은 건설사의 부스를 커뮤니티 시설처럼 이용하며 한여름의 볕을 피했다. 부스에서 대기하고 있던 건설사 홍보 요원들은 때맞춰 대면상담과 사업 설명회 등을 진행하며 선제적으로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14일 찾은 도곡동 개포우성4차 아파트 정문에는 HDC현대산업개발 사전홍보 부스가 마련됐다. 이어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롯데건설의 부스가 나온다.
이날은 조합이 지정한 시공사 홍보 부스 5차 운영 기간 중 하루였다. 조합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4일까지 건설사들에 6차례에 걸친 사전 홍보 부스 운영을 허가했다.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외에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등도 홍보 부스를 운영했다. 단지에는 이 건설사들의 홍보 현수막도 함께 걸려 있다.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은 자사 고급화(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웠다.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는 각각 아크로와 오티에르, 롯데건설도 르엘을 내걸며 표심에 호소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압도적인 초고층 기술과 청담 르엘, 나인원한남, 잠실 르엘 등 최고급 주택 시공 비결을 담아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강남 최고의 상징물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조합원분들께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특별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입찰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가구수 2배 느는 강남 재건축
개포우성4차 재건축 조합은 이달 시공사 사전 홍보 부스 운영을 마무리하고 내달 재건축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개포우성4차는 1985년 준공된 아파트로 최고 9층 9개동 459가구로 구성됐다. 중형 단지지만 전체 가구 중 70% 이상이 전용면적 102㎡를 초과하는 대형 평수다. 전용 126㎡와 152㎡가 각각 144가구, 216가구다. 나머지 99가구도 전용 84㎡로 소형 평수가 없다.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높이, 공공임대주택 128가구를 포함해 총 1080가구로 지어진다. 단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이 있다. 단지 바로 뒤편에는 대치중학교가 있고 양재천이 흐르는 입지다. 정문 맞은편 너머로는 69층 높이의 삼성타워팰리스 3차가 보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개포우성4차는 대형 평수가 많고 재건축 계획상 임대 단지가 비교적 적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건설사는 인근 개포우성7차와 동시에 개포우성 4차 사업을 수주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타운? 희소성?' 차별화 각축
여러 시공사 후보 가운데서도 개포우성4차 재건축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롯데건설로 좁혀진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DL이앤씨는 개포우성4차 바로 옆에 있는 개포한신 재건축 사업을 지난해 수주했다. 620가구의 개포한신을 816가구의 '아크로 도곡'으로 다시 짓는다. 일반 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개포한신에 비해 개포우성4차에 우수한 사업성과 더불어 '아크로'를 적용한 브랜드 타운 조성을 노릴 수 있다.
롯데건설은 자사 고급 주택 브랜드 '르엘'을 내세우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해 올해 11월 입주 예정인 '청담 르엘'과 마찬가지로 강남에 롯데건설만의 고급 주거 시설을 짓겠다는 의지다. 특히 브랜드 타운의 효과보다는 희소성과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선택과 집중' 등 선별 수주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인근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흐름도 개포우성4차 입찰 과정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 재건축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개포우성4차에서 철수했다.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내달 중순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을 놓고 경쟁 중인 게 변수다. 각각 수주전 결과에 따라 개포우성4차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