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염창역에서 도보 5분 거리.' 지난 17일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 위치한 'LH 덕수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홍보 쇼룸' 개관식이 있던 날 오전 염창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자, 약 3분 만에 막 준공을 마친 새 아파트가 나왔다.
지하 3층~최고 18층 높이, 총 66가구, 2개동으로 이뤄진 '염창역 동문 디이스트'다. 1981년 준공돼 40살을 훌쩍 넘긴 빨간 벽돌, 3층 높이의 가로로 길게 뉘인 옛 '덕수연립'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15층 안팎 중층 단지가 대부분인 주변에 비해서도 우뚝 솟아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불과 5년 만에 뒤바뀐 모습이다.
조합 설립부터 준공까지 딱 5년
덕수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2020년 12월 조합 설립 후 1년 뒤인 2021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한 LH 참여형 가로주택 공모에 선정됐다. 2022년 3월엔 LH와 공동 시행 약정을 체결하고, 2023년 6월 착공해 딱 30개월 만인 2025년 11월 준공을 마쳤다.
이날 개관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이철호 덕수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장은 "조합 설립 후 4년 10개월, 2023년 6월 착공 후 준공까지는 딱 30개월이 걸렸다"면서 "LH라는 공공 공동 시행자가 있어 시공사와의 공사비 분쟁을 덜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등 추진이 수월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재건축 정비사업 기간이 조합 설립 후 10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시간을 단축한 셈이다.
그는 특히 "조합설립 이전부터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관련해 LH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무료로 가설계를 제공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추진 동력을 받기 위해서는 자금이 가장 중요한데 이주비로 애를 먹고 있을 때 LH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다"면서 "공사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조합이 '을'의 입장이 되는데 LH가 공동사업자로 있으면서 공사비 증액이나 시공사와의 갈등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공이 공동 시행을 맡으면서 진행과 처리가 속도감을 높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덕수연립은 본래 2009년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으나 무려 13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2020년 가로주택정비사업 공모를 기점으로 반전을 맞았다.
3억 하던 빌라? 10억대 아파트로 껑충
불과 5년 사이 집값은 크게 뛰었다. 2020년 2월 덕수연립 전용 61㎡는 3억5000만원(1층)에, 6월엔 59㎡가 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매매가는 나오지 않았지만 바로 옆 염창동 현대아이파크 전용 84㎡가 올해 초 10억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준공 21년 차로 현재 84㎡가 14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 조합장은 "3억~4억원 하던 빌라가 5년 사이 13억~14억원대 아파트로 재탄생했다"면서 "소규모 정비라 조합원끼리 소통이 잘 됐고, 공공의 지원을 받으면서 빠른 사업 진행이 무엇보다 강점이 됐다"고 말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 건축물과 신축 건축물이 혼재해 광역개발이 어려운 지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도로로 둘러싸인 소규모 노후 주택지(가로구역)를 정비하는 사업이다. ▷관련기사: [작아도 될까요?]①공급 외치는정부에…소규모정비도 '들썩'(7월10일), [작아도 될까요?]②모아도 어려운 '모아타운'…해법은(7월11일)
LH 참여형은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사업비의 70%를 1%대의 저리로 조달할 수 있다. 감정평가, 건설관리 등의 도움도 받는다. 아울러 공공참여 시 사업시행 구역도 최대 1만㎡ 미만에서 최대 4만㎡까지 확대가 가능하다. 상향용적률의 최대 30%까지 용적률 완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공공이 참여하는 만큼 기술·행정적 지원받음으로써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신속한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재건축·재개발 대비 이해관계자가 적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덕수연립은 LH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서울 첫 준공 사례다. 현재 입주가 진행 중으로 조합원분양 34가구, 일반분양 18가구가 분양됐고 앞으로 공공임대로 14가구가 공급된다.
김수진 LH 수도권정비사업특별본부 도시정비사업처장은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은 LH가 10~20%를 우선 매입해 도심 주요 지역에 품질 좋은 '아파트'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공공임대도 조합원과 동일한 마감 품질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공 과정에서도 공공이 참여해 관리했던 만큼 마감 등에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고 덧붙였다.
LH는 우수한 품질의 공공임대주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용 59㎡ 타입을 쇼룸으로 연출했다. 방 하나는 사업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기록관으로 꾸몄다. 정비사업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시공사, 관계기관 등이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실과 방에는 이케아와 협업해 젊은층 선호도가 높은 소파와 테이블, 수납장 등을 배치해 연출됐다. 또 다른 방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각종 조명, 북극곰 인형 등으로 장식해 방문객이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포토존도 마련했다.
한편, 이철호 조합장은 소규모정비사업 추진에 있어 개선점도 지적했다. 그는 "시공사 입찰 전 설계와 실제 입찰 후 설계가 달라지면서 공사비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시공사와 갈등이 불거지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설계 개선을 줄이고 최근 분양이 어려운 상가 비중을 낮춰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