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침체된 국내 미디어 산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차세대 포트폴리오를 본격 가동한다. 기존 레미콘과 금융 중심의 사업 구조 위에 신뢰라는 무형 자산을 융합해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고 수익 모델을 다각화해 미디어 부문을 그룹의 독자적인 핵심 성장축으로 안착시킨다는 구상이다.
플라이휠 전략 시동
9일 유진그룹의 미디어 중간지주사인 유진이엔티는 서울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열고 향후 총 2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중장기 미디어 사업 비전을 공개했다.
유진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YTN과 유진이엔티, 스튜디오 유지니아를 아우르는 미디어 부문에서 5년 내 매출 5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자금 집행은 10년 장기 투자 형태로 이뤄지며 전체 투자액의 약 60%인 1조2000억원이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과 인프라 확보에 집중 배정된다. 우선 그룹의 미디어 사업 확장과 운영의 중심축인 유진이엔티의 체급을 키우기 위해 올해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한다.
이 같은 공격적 자본 투입은 최근 국내 방송광고 시장의 급격한 축소에 대응하려는 역발상 전략이다. 국내 방송광고 시장 규모는 2021년 4조531억원에서 2024년 3조2191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2조5583억원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그룹은 광고와 수신료 중심의 기존 수익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하고 자본과 제작 인프라, 기술력을 결합하는 '유진 미디어 선순환 성장구조(플라이휠·Flywheel)'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플라이휠은 한 번 가속도가 붙으면 외부 힘 없이도 스스로 돌아가는 선순환 비즈니스 구조를 뜻한다
이미 확보한 신뢰도 높은 미디어 브랜드를 바탕으로 핵심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여기에 현금 창출력이 우수한 인접 고부가가치 사업을 추가해(Add) 중층적인 수익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간 자산을 마케팅 명소로…데이터·컨설팅 영역 확장
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한 핵심 카드는 공간개발사업이다.
유진그룹은 지난 20년간 외부 위탁 임대 계약(마스터리스) 형태로 운영되던 YTN 서울타워(남산타워)를 오는 2027년 1월 1일부로 전면 직영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연간 1200만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보유하고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급증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미디어적 가치를 직접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축적된 영상 파워와 남산이라는 상징적 입지를 결합해 국내외 주요 브랜드의 독점적 마케팅 랜드마크로 직접 육성할 계획이다. 다만 노후화된 시설 개선을 시작으로 정교한 개발 플랜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향후 문화재청 심의와 각종 규제 해소가 선행 과제로 꼽힌다.
미국의 미디어 리더인 PMC(Penske Media Corp)가 빌보드 등 신뢰도 높은 매체를 인수한 뒤 데이터와 라이브 이벤트로 외연을 넓힌 것처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도 전면화된다. B2B(기업 간 거래) 및 B2G(기업·정부 간 거래)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 데이터(트레이드 정보) 제공 사업이 대표적이다.
파편화된 정보를 가공해 기업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데이터 솔루션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아울러 취재 아카이브를 자산화해 기업 컨설팅과 핵심 인재 리크루팅(헤드헌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나 글로벌 블룸버그의 모델도 벤치마킹해 수익 다각화에 속도를 낸다. 현재 8대2 수준인 콘텐츠 매출과 사업 매출 비율을 2030년까지 6대4 수준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강희석 유진이엔티 대표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대가 가져온 미디어 산업의 환경변화 속에서 광고와 수신료에 의존한 기존 미디어 사업 모델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좋은 미디어 기업이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는 대체가 어려운 희소한 자산이 됐다"며 "우리는 신뢰 자산을 기반으로 K-산업에 대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미디어 기반 종합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근간이 되는 언론 본연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 방안도 구체화했다. 유진그룹은 YTN의 고유한 공공성과 독자적 편집권을 철저히 존중하고 보호하는 독립 경영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신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M&A 카드를 별도로 꺼내 들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 문화를 보다 정교하게 알리기 위해 단순 플랫폼이나 매거진이 아닌 에디토리얼(Editorial·취재 및 편집 역량)을 온전히 갖춘 해외 경제·산업·문화 전문 버티컬 매체 인수를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유진그룹은 유진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의 투자 경험을 살려 별도의 미디어·AI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 지상파 방송 그룹인 싱클레어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 등 글로벌 유통망 구축에도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