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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여, 눈앞에 다가온 'BEPS 프로젝트'를 준비하라

  • 2016.11.11(금) 08:00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 특별기고

# 이 기사는 2016년 11월 9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조세에 관해 자문하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BEPS(Base Erosion & Profit Shifting, 국가 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 방지 조치) 프로젝트에대한 여러 질문을 듣게 된다. BEPS 프로젝트란 다국적 기업이나 개인의 국제적인 탈세 기법을 이용해 법인세나 소득세를 회피함으로써 각국의 재정을 고갈시키는 소위 'BEPS 현상'을 막기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여러 국가들의 공동 프로젝트를 지칭한다. 

조세 피난처(tax haven)나 저세율 국가를 이용한 역외탈세는 어제 오늘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가 단일화·세계화 되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비해 국제투자나 해외금융상품을 이용할 경우 소득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는 것이 상당히 용이해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세계경제가 둔화되면서 세계 국가들의 재정여건이 어려워지고, 역외탈세 규모도 커지자 2012년 선진국 모임인 G20 정상회의의 문제제기로 시작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대형 국제프로젝트가 탄생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당장 제도화가 강제되는 최소기준(Minimum Standard), 강제는 아니지만 시행이 강력히 권고되는 공동조치(Common Approach), 국가가 도입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단순권고안(Best Practice & Guidance)이 그것들이다. 이 가운데 당장 제도화가 강제되는 최소기준만 보아도 기업에 대한 강제적인 규제 조치가 많이 포함돼있다. 예를 들어 이미 국내 세법에도 반영된 '국가별 보고서 제출의무'는 과세관청이 기업의 국가별 활동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특정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는 각 국가에 납부한 세금의 규모가 그 영업활동들에 비추어 적정한지 확인하기 위한 것인데, 영업활동의 내용과 납부한 세금의 규모가 서로 맞지 아니할 경우 과세관청의 과세권 행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례로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소득을 아일랜드와 같은 저세율 국가의 관계기업에 집중시켜 전체적인 세금규모를 줄이는 소위 더블아이리시구조(Double Irish scheme)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이 외에도 도입이 강제되는 제도에는 각국의 조세협약상 유리한 규정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는 조약남용(treaty shopping) 방지규정, 지나친 조세감면을 금지하는 유해조세경쟁 방지규정 등이 있다. 또한 시행이 강력권고되는 공동조치나 단순권고안에는 지급되는 이자의 손금산입 규정을 이용해 과도하게 관계기업 간에 자금차입을 일으키는 과도차입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나, 저세율 국가에 소재하는 관계 자회사에 지나치게 많은자금이나 소득을 장기간 유보해 결과적으로 실질 법인세율을 낮추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규정들은 기업의 탈세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좋은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하겠으나, 적정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후진국에서 영업활동이 많은 국내 기업의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거나 경쟁력이 약화되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BEPS 프로젝트에 대한 인식은 아직 크게 확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600대 기업의 81%는 BEPS프로젝트를 잘 모르거나, 도입 취지만 이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기업의 경우 해외매출 비중이 81.9%에 달할 정도로 국제 거래가 많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생각할 때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일단 당사자인 기업들이 먼저 BEPS프로젝트의 주요한 논의 내용을 바로 숙지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검토해야 한다. 종전과 달리 국제거래를 바라보는 여러 나라 과세당국의 시선이 탈세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거래의 문서화 등 근거가 부족할 경우 예기치 않은 세무조사나 세금의 부과가 필연적으로 동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강화된 납세협력의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그간 BEPS 프로젝트를 납세자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기업들이 대비할 부분을 알려주고 명확하게 납세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을 안내해준다면 BEPS 프로젝트에 대비하는 기업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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