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골프는 잔인한 유혹이다. 가슴 터질 듯한 푸른 하늘. 핏빛 단풍. 만추(晩秋) 필드가 나를 부른다. ‘빚을 내서라도 나가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어찌 뿌리치랴. 가슴 뛰는 그 유혹을.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간 그곳에서 맞보는 좌절과 아쉬움. 겪어보지 않았을 리 없다. 한해살이를 해 본 골퍼라면. ‘늦가을 골프 다섯 타 줄이는 법’을 김용준 골프 전문위원이 정리한다. 순수 독학 된장 골퍼 주제에 프로까지 된 김 위원 아니던가?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말하는 비결을 들어보자. 간단하지만 놓치기 쉬운 그 비결을. [편집자]
좋기야 좋다. 백 스윙 때 손을 높게 올릴 수 있다면 말이다. 가속 구간이 늘어나 헤드 스피드도 더 낼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어깨와 골반을 충분히 회전한 덕에 손이 높게 올라갔을 때만 해당하는 얘기지만.
그렇게 하지(어깨와 골반을 충분히 회전하지) 못하겠다면? 손을 너무 높게 들려고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특히 날씨가 쌀쌀한 늦가을에는 더 그렇다. 무슨 말이냐고? 다음 얘기를 잘 들어보기 바란다.
옷을 잔뜩 껴 입으면 몸통이 잘 돌아가던가?
'그렇다'고? 어, 그럼 얘기가 잘 안 되는데. 흠. 진짜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면 유연성이 남다른 골퍼다. 아니면 미 항공우주국쯤이 만든 만든 기가 막힌 골프복을 입고 라운드를 하거나.
그렇지 못한 나같은 평범한 골퍼가 늦가을 라운드에서 샷을 하기 전에 겉옷을 벗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몸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것.
이동할 때는 입었다가 샷을 할 때는 벗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낫다.
날씨가 아주 추우면 그나마도 귀찮다. 물론 점수가 엉망이어서 될 대로 되라 하는 마음일 때도 그냥 입고 치기도 한다.
어쨌든 겉옷을 입을 채 스윙 하면서 손을 높게 들려고 한다면? 왼쪽 팔꿈치를 굽히기 십상이다.
몸은 돌아가지 않는데 손은 올려야겠고. 그럼 어디가 움직이겠는가?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을 접기 마련이다. 그 부분이 바로 왼쪽 팔꿈치다.
오른손잡이 골퍼를 기준으로 글을 쓸 수 밖에 없으니 혹시 왼손잡이는 서운해 하지 말기 바란다. 실은 나도 왼손잡이다. 골프는 오른손으로 치지만.
앗, 또 얘기가 딴 곳으로 샜다.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자.
백 스윙 때 왼쪽 팔꿈치를 접으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 타이밍 맞히기가 어렵다. 정타가 잘 안 나온다는 얘기다.
그러니 손을 조금 덜 높게 올리더라도 왼쪽 팔꿈치는 펴는 편이 낫다.
왼쪽 팔꿈치를 접는 것은 그나마 덜 심각한 문제 축에 든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역 피봇이다.
팔꿈치를 굽혔는데도 손이 덜 올라간 것처럼 느껴진다고 치자. 그 상태에서 뭔가를 더 해 보려고 한다면?
척추가 꺼꾸로 꺾인다. 백 스윙 때 척추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야 한다. 물론 앞으로 숙인 채로. 그런데 팔을 높게 들려고만 하다 보면 척추가 왼쪽으로 기울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 피봇이다.
이건 왼쪽 팔꿈치를 접는 것보다 서너 배는 더 나쁘다. 정타를 못 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생크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늦가을 두꺼운 옷으로 무장했다면 '백 스윙은 살짝 덜 한다는 느낌'이 좋다.
내 경우엔 '왼팔을 쭉 뻗은 상태(왼팔이 지면과 수평이 된 상태)에서 왼쪽 어깻죽지를 오른쪽으로 5센티미터만 더 회전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면 손을 충분히 든 것이다.
늦가을 골프는 얇게 입고 치는 계절과는 조금 달라야 한다.
[김용준 골프전문위원(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겸 KPGA 경기위원 &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