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포스트] 일찍 찾아온 전어, 금어기 풀린 꽃게

  • 2016.08.22(월) 16:55

육지는 연일 폭염, 밥상 위엔 가을수산물

가을을 알리는 입추(立秋)가 2주나 지났지만 1994년 이후 20여년만의 폭염이 가을 정취를 앗아갔습니다. 지난주에 문을 닫을 예정이던 수영장은 초등학교 방학이 끝난 뒤인 이번주까지 연장운영을 결정했고, 백화점들은 진작에 들여놓은 가을옷이 팔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밤새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김대리나 이과장이 사무실에서 고개를 꾸벅꾸벅 떨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가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지난주 토요일(20일) 오후 6시께 집근처 마트를 찾았습니다. 어른 손바닥만한 길이의 전어 5마리 1팩(500g)을 45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그 앞을 서성이니 '여사님(마트에서 판매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사 직원)'이 2팩 이상 사면 30% 할인해주겠다는 파격 제안을 해옵니다.

 

이미 전어 몇마리 사갈 생각이었기에 주저없이 카트에 담았습니다. 그러고는 "전어회는 없어요?"라고 되물었죠. 요새 나오는 전어는 뼈가 부드러워 횟감으로 적당합니다. 아쉽게도 전어회는 점심나절에 모두 팔렸다고 합니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로 가을의 맛을 즐기려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나 봅니다.

 


사실 전어의 제철은 9월부터 10월까지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전어가 여름철에도 많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난류성 어종인 전어의 어장이 예년보다 일찍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는 않은 모양입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리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순 없었다"며 "바닷속 일은 사람도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육지는 폭염으로 들끓지만 폭염 덕분에 그간 만나기 어려웠던 제주산 생갈치를 싼 값에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올해 여름엔 단 한차례도 태풍이 없었던데다 장마 영향도 크지 않아 갈치가 많이 잡혔다고 합니다.

 

실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제주산 생갈치 위판량(채낚기 기준, 서귀포·성산포 수협)은 10만8000상자(1상자당 10kg)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늘었는데요. 이 때문에 한 대형마트에선 제주산 생갈치 한마리(대)가 6980원으로 냉동갈치보다 최대 20% 싼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육지만 생각하면 시원하게 비라도 내리면 좋겠지만, 바다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꽃게를 빼놓을 수 없죠. 올해 봄 100g당 4000원 하는 꽃게 가격에 혀를 내두른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1만원을 주고도 꽃게 한마리(300g)를 살 수 없었습니다. 꽃게 값이 너무 뛰자 수입산 랍스터나 킹그랩, 대게가 대체상품으로 인기를 끄는 현상도 나타났죠.

다시 꽃게철이 돌아왔습니다. 알이 꽉찬 봄꽃게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지만, 두달간의 금어기가(20일 자정) 풀린 뒤 지금 나오는 가을꽃게도 통통하게 살이 올라 맛이 일품입니다. 가격은 꽃게 한마리에 3000~4000원 합니다. 지난해 가을에 견주면 어획량이 줄어 가격은 30% 가량 비싸지만, 봄에 비하면 3분의 1 가격밖에 안됩니다. 꽃게를 기다려온 분들에게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죠.

 

'덥다, 더워'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요즘입니다. 선선한 가을이 그리워지는 때죠. 이럴 때 사무실이나 집에서 나와 '가을 낚시'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몸은 더워도 전어·갈치·꽃게 등 가을을 알려주는 먹거리들이 우리의 입맛을 풍성하게 해줄지 모릅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