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정조가 아꼈던 인재 중에 정민시(鄭民始)라는 사람이 있었다. 홍국영과 함께 발탁되어 권세가 막강했지만 홍국영과는 달리 분수를 지킬 줄 알았기에 정조의 사랑을 받았다.
아무리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정조라도 기분이 좋았을 리 없지만 그렇다고 이창중을 문책하지도 않았다. 다면 골려 줄 생각에 불러다 시험을 했는데 오히려 그 능력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의 문집인 임하필기(林下筆記)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꽃게탕을 얼마나 맛있게 끓였으면 임금이, 그것도 성군으로 유명한 정조가 한번 먹어보자며 청을 했는지도 궁금하지만, 신하가 임금에게 사사로이 음식을 바쳐서는 안 된다며 꽃게탕을 엎어 버린 이창중이나 이런 신하를 품었던 정조 임금이나 모두 대단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게를 좋아한 사람으로는 고려의 시인, 이규보를 빼놓을 수 없다. 당나라에 이태백이 있다면 고려에는 이규보가 있다고 할 정도로 당시 동아시아에서 이름을 떨쳤던 인물로 '찐 게를 먹으며'라는 시까지 썼을 만큼 게 맛에 빠졌다. 이규보는 게를 산해진미보다도 한 단계 더 맛있는 별미로 여겼는데 게를 먹으며 오른손을 다쳐도 왼손으로 먹을 수 있으니 좋고, 술에 취해 푹 잠이 들어 아픈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게야말로 진정한 의사라고 예찬했다.
3세기 무렵, 중국 진나라에 필탁(畢卓)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부랑이라는 벼슬을 지냈는데 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옆집에 술이 익은 것을 알고는 밤새 훔쳐 마시다가 그 집 머슴에게 덜미를 잡혀 포박을 당했다. 이튿날 필탁을 관가에 넘기려는데 가만히 보니 이부랑인 것을 알고는 그냥 풀어 주었다. 그러자 필탁은 아예 주인을 불러 아침부터 그 집 술독을 다 비운 후에 취해서 돌아갔다.
필탁이 평소에 하는 말이 "술 수백 섬을 배에 가득 싣고 사시사철 뱃머리에 앉아서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고 왼손으로 게 집게다리를 쥐고 마시고 먹으며 지내면 일생이 그것으로 만족하다"고 했다.
진서(晉書) 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강호의 풍류를 즐기며 세상 욕심 버리고 산 인물로 유명하지만 필탁은 결국 술 때문에 관직에서 물러났다. 본인 뜻대로 인생을 만족하게 산 것인지 아니면 술로 인해 인생을 그르친 사람인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 맛있는 음식도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사람의 품격마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