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하노이 중심가인 '쭉바익' 거리에 오픈한 팝업스토어 '진로 소주클럽'. [사진 = 하이트진로] |
[베트남 하노이 = 안준형] 동남아시아 최대 술 소비 국가인 베트남에 '녹색 병' 바람이 불고 있다. 평소 맥주와 보드카를 즐겨 마시는 베트남인들이 최근 한국 소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다.
허영주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 차장은 "베트남인에게 한국 방문하면 어디 가고 싶으냐 물으면 1위가 나이트 클럽 2위가 포장마차"라며 "한국 드라마 주인공들이 포장마차에서 마시는 '녹색병에 든 술'(소주)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원샷·낮술·술접대, 한국과 닮은 베트남
현지에선 소주에 대한 거부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난 달 29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있는 한국형 실내포차에서 만난 햐오(22세) 씨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포장마차와 비슷한 곳이라 오게 됐다"며 "일주일에 3~4번 정도 소주를 마신다"고 말했다.
이온마트에서 만난 응웬꽌히엡(35세)씨는 "베트남 보드카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빨리 취하는데 한국 소주는 도수가 낮고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트남 증류주 시장은 독주가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판매량 1위 보드카 하노이(Vodka Hanoi)와 2위 보드카 맨(MEN)의 알코올 도수는 29~39%에 이른다.
허 차장은 "한국도 20년 전에 29도짜리 소주를 마셨다"며 "현재 베트남은 88년 서울올림픽 개최되기 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베트남에도 저도주 바람이 불면서 소주를 찾는 이도 느는 추세다.
▲ 베트남 하노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소주를 사고 있다.[사진 = 하이트진로] |
소주는 원샷에 익숙한 베트남 술 문화와도 어울린다. 허 차장은 "베트남 술문화는 원샷"이라며 "남자는 원샷으로 많이 먹어야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과 베트남의 술 문화는 비슷한 점이 많다. 낮술에도 관대하고, 술 접대 문화도 강하다.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은 베트남 주류 문화에 대해 "술자리를 사회생활의 윤활유로 여긴다"며 "보다 순조로운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술자리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베트남에 한국 문화가 많이 전파되면서 '치맥 문화'가 이미 형성됐다"며 "한류 콘텐츠와 연계된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면 자연스럽게 소맥 문화도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베트남 남자, 세계 평균 주량 4배 마셔
베트남의 술 소비량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작년 베트남 주류 시장 규모는 맥주 33억6000만리터, 증류주 9000만리터 등 총 35억리터였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의 맥주 소비량은 동남아 최대 수준이며, 베트남 남성의 1인당 연간 평균 주류 소비량은 27.4리터로 세계 평균의 4배에 달했다.
국내 1위 소주업체 하이트진로는 올 3월 베트남 하노이에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소주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베트남에 한국식 프렌차이즈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와인, 일식주점(이자카야)과 사케 등의 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이국의 술이 정착하기 위해선 식문화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소주가 넘어야 할 벽도 있다. 우선 낮은 인지도다. 허 차장은 "베트남인들은 소주를 한국 위스키라 생각한다"며 "사람들 머릿속에 소주는 있지만, 브랜드는 없다"고 말했다.
소주의 비싼 가격도 부담이다. 현지에서 판매되는 진로24 가격(750ml)은 6000원으로, 베트남 보드카보다 71% 가량 더 비싸다. 수입 주류에 관세 55%와 주세 60%(알코올 도수 20도 미만은 30%)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허 차장은 "국내서 마시는 17.8도 짜리 소주는 베트남인들이 물같이 느낀다"며 "적당한 알코올 도수와 낮은 주세를 위해 19.9도 짜리 참이슬을 베트남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장(상무)은 "베트남은 높은 경제 성장률, 한류 등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며 "최근 한국 드라마 인기로 현지화를 위한 여건도 좋아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