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글로벌 비전 2024'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회사 제공] |
[베트남 하노이 = 안준형] 2024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비전을 발표했다. 현재 1200억원대인 해외매출을 2024년까지 5300억원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수입 맥주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비전 2024'를 발표했다. 글로벌 비전엔 지난해 1200억원대에 머문 해외 매출을 2020년 2600억원, 2024년 53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9년 만에 해외 매출을 4.5배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치다.
해외 진출의 양대 축은 하이트 맥주와 진로 소주다. 독자 맥주 브랜드 하이트는 해외 판매를 강화하는 동시에 PB(자체 상표)제품 생산을 통해 현지화 입맛에 맞춘 맥주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2500개 맥주 회사가 경쟁하고 있는 치열한 세계 맥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생산되는 하이트진로 PB맥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주는 본격적인 세계화에 나선다. 소주는 한국에서만 연간 18억병 가량 팔리는 세계 1위 증류주지만, 해외에선 ‘코리아 보드카’로 소개될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최근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포장마차에서 마시는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소주의 세계화 전략지는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다.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인기가 높고,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아서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베트남 등 4개 국가에 소주 23만 상자를 수출했는데, 2020년엔 100만 상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특히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최대 술 소비 국가로, 국민 평균 연령은 28세로 주류 소비층도 두텁다. 여기에 최근 한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점도 긍정적이다.
하이트진로가 베트남에 수출한 소주는 2012년 3만1156상자에서 지난해 7만6030상자로 늘었다. 올해 예상 수출규모는 11만5426상자로, 연평균 25%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 3월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장(상무)은 "베트남은 경제상황, 인구, 한국에 대한 호감도 등 성장가능성이 아주 큰 시장"이라며 "최근 한류드라마의 인기 등 현지화를 위한 여건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과거 교민 시장과 관광객 대상에 머물렀던 해외 수출 대상을 앞으로 현지인으로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