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대기업간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대기업에 배정된 면세점 티켓은 3장이다. 이를 위해 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HDC신라·SK네트웍스 등 5개사가 뛰어들었다.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각 기업의 면세점 특허권 취득 여부를 좌우할 변수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정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서울 용산에 세계 최대의 도심형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지난해 7월 면세점 특허권을 거머쥔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강남에 2호점을 열겠다며 올해 또다시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면세점 규모에 대한 언급이 쏙 들어갔다. HDC신라는 면세점 경쟁에 뛰어든 대기업 5개사 가운데 가장 작은 면적(1만3000㎡)으로 입찰에 뛰어들었다.
HDC신라가 제시한 면세점 후보지는 현대산업개발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아이파크타워다. 지하 4층, 지상 15층의 이 건물은 외벽 중앙에 설치한 지름 62m의 원형 구조물로 2004년말 완공할 때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HDC신라는 이 건물의 1층부터 6층까지를 면세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관광자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독특한 건물외관 ▲영동대로와 지하철 9호선이 다니는 편리한 접근성 ▲바로 앞 코엑스 단지와 향후 들어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등을 감안하면 아이파크타워의 관광인프라는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건물 자체가 대규모 판매시설에 적합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지적이다.
아이파크타워는 주로 사무실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진 업무시설이다. 건물정면의 좌우 길이가 70m에 달하는 것과 달리 측면 길이는 20m에 불과한 직사각형 구조를 띠고 있다. 1층을 제외하면 층고도 낮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마트 같은 대형 판매시설이 고객이 지나다니는데 불편이 없도록 가로·세로폭이 넓은 면적을 선호하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를 5.5m 이상으로 설계해 쾌적한 쇼핑환경을 구현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구조로는 대형매장을 선호하는 명품브랜드 유치가 사실상 어렵고 중국의 국경절 연휴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기에는 공간의 협소함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무실이라면 몰라도 판매시설로 활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건물"이라고 말했다.
건축물대장에 나와있는 아이파크타워 1개층의 연면적은 약 1200㎡(370평)다. 여기에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고객동선 등 공용면적을 빼면 실제 면세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판매시설은 200평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개층 판매시설 면적이 1000평 안팎인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과 신세계DF 명동점에 견주면 '미니 면세점'인 셈이다.
HDC신라 관계자는 "강남은 단체관광객보다 개별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반드시 대형면세점이 필요한 지역은 아니다"라며 "또 아이파크타워 바로 뒤에 면세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물의 신·증축을 계획하고 있어 강남을 대표하는 면세점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