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예정된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을 앞두고 면세점업계가 어수선하다. 특허권 획득을 위한 각사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면세점업계에 불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 미르·K재단 출연금에 입점특혜 의혹까지
현재 시내면세점에 출사표를 낸 대기업은 롯데와 SK, 신세계, HDC신라, 현대백화점이다. 이 가운데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대기업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직간접적으로 출연금을 냈다.
면세점 획득의 유력후보였던 롯데는 45억원을 낸 뒤 나중에 70억원을 추가로 지급했다가 지난 6월초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되돌려 받은 일이 드러났고, SK는 111억원을 출연하고 최 씨측으로부터 별도의 기부제안을 받았다.
HDC신라의 모기업인 삼성은 재단측에 204억원을 지급한 것도 모자라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에게 말 구매비용 등으로 35억원을 특혜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세계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적은 출연금(5억원)을 냈지만 최 씨의 단골 성형외과와 관련된 화장품업체가 면세점에 입점하도록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 주식거래한 관세청 직원들..공정성 흔들
이들 대기업 모두 최 씨와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여론이 곱지 않은 점이 부담이다. 당장 국회에선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며 관세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씨의 헌정농단에 연결돼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공모일정을 즉시 중단하고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철저히 해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관세청 직원들이 지난해 7월 면세점 심사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불법 거래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세청 심사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당시 한화갤러리아와 HDC신라가 새로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관세청 직원 6~7명이 이 정보를 사전에 빼돌려 개인의 호주머니를 채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면세점 심사 연기설도 '솔솔'
이에 따라 이번 면세점 심사가 중단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 씨와 연관설로 면세점 선정 과정 과정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진 가운데 관세청마저 공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심사결과를 누가 인정하겠냐는 논리다. 더구나 지난해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한 신규 면세점들은 관광서비스업 활성화라는 정부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관세청은 "예정대로 특허심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금에 와서 심사를 없던 일로 할 경우 정책일관성이 무너지고 행정소송 제기 등 후폭풍이 더 거세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 "정부 믿고 준비했는데" 날벼락
면세점업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특허권을 잃어 재도전에 나선 롯데나 SK는 물론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 중 유일하게 면세점이 없는 현대백화점은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특허를 받지 못하면 언제 다시 문을 열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HDC신라와 신세계는 여유가 있는 표정이다. 이 두 업체는 특허권을 따면 좋고 심사가 중단되거나 연기되더라도 새로운 경쟁자 출현이 그만큼 늦어지는 것이라 손해볼 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다만 최근의 사태가 워낙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어 뜻하지 않은 불똥이 튈까 몸을 낮추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7개월전 정부가 공식발표를 했고 이를 믿고 준비했는데 지금에 와서 판이 엎어지면 앞으로 누가 정부를 믿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관세청도 심사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이번에는 과거보다 공정성에 더욱 신경쓰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