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미쉐린가이드 서울편 간담회장에 마이클 엘리스 미쉐린 가이드 인너태셔널 디렉터(가운데)와 미쉐린 3스타 상패를 받은 김성일(오른쪽) 라연 책임주방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첫 손님 받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한식당이 국내 최초로 미쉐린(미슐랭) 3스타 식당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23층에 자리 잡은 라연 얘기다.
라연은 1979년 호텔 개관과 함께 운영돼 오다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2005년 문을 닫았다가, 2013년 재오픈했다. 이 과정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라연의 재개관을 주도하며, 찬밥신세를 받던 한식당을 3년 만에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으로 만들어 냈다.
7일 미쉐린그룹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이하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기업 미쉐린이 1900년 여행자들을 위해 만든 가이드북으로, '미식가의 성서'로 불린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은 전세계에서 28번째로 발간됐으며, 아시아에선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4번째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엔 140여개 레스토랑과 30여개 호텔이 수록됐다. 이중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은 단 24곳. 3스타(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는 라연과 가온이 선정됐다. 전 세계 3스타 레스토랑은 단 111개밖에 없다.
라연은 2013년 신라호텔이 9년 만에 다시 문 연 한식당이다. 신라호텔은 1979년 개관과 함께 문 연 한식당 서라벌을 26년간 운영해오다 2005년 문을 닫았다. 수익성 악화가 원인이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일식 등에 비해 경쟁력이 밀리던 한식은 '찬밥신세'였다. 당시 신라호텔뿐만 아니라 5성급 호텔들이 잇따라 한식당을 접었다.
이부진 사장이 지난해 호텔신라에서 열린 종가음식 상품화 지원 행사에 참석해 와인을 마시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찬밥신세였던 한식에 다시 눈길을 던진 이가 이 사장이다. 이 사장은 2013년 835억원을 투자해 서울 신라호텔을 리모델링하면서 한식당을 재개관했다. 신라호텔은 남산이 내려다보이는 23층 '명당'을 라연에 내줬다. 라연의 김성일 책임주방장은 이날 "이부진 사장에게 감사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 사장은 한식당뿐만 아니라 모든 식당에 관심이 많고, 현장(식당)에 자주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욱 총지배인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고 설명했다.
라연은 지속적으로 종가와 궁중음식을 토대로 메뉴를 개발하고, 구매·기획·조리 전문가로 구성된 '명품 제철·제산지 TF'가 전국에서 제철 재료를 수급하고 있다. 김 책임주방장은 "최고 레스토랑은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모여 좋은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와 같다"고 말했다.
이날 또 미쉐린 3스타로 선정된 가온은 광주요 그룹이 강남구 호림아트센트에서 운영하는 한식당이다. 광주요에서 제작한 식지와 도자기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마이클 엘리스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이틀전에 가온에서 식사를 했다"며 "쉐프의 독창성과 직관, 개성을 느낄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라연은 지난해 500년 역사의 국내 최고 조리서 '수운잡방' 기반의 종가음식을 현대적 조리기법으로 재창조한 미미정례(味美情禮)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이 밖에 2스타(멀리 찾아갈만한 식당)은 한식당 곳간과 권숙수, 프랑스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롯데호텔 소공동)가 받았다. 1스타(요리가 훌륭한 식당) 레스토랑은 밍글스, 발우공양, 보름쇠 등 19개 식당이 선정됐다. 24개 미쉐린 스타 식당 중 11곳이 한식당이었다.
마이클 엘리스 디렉터는 "미쉐린 가이드를 통해 서울이 세계 미식의 역동적 중심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쉐프들에게 있어 미쉐린 스타를 받는 것은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는 것이며, 스포츠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