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총수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효과는 투명경영과 승계준비 두 가지다. 올 8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사면된 만큼 일감몰아주기 등 논란이 일었던 계열사를 털고 가는 동시에 향후 승계를 대비해 후계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이라는 분석이다.
◇ 재산컴, 일감몰아주기 '싹' 제거
정리대상 '1호'는 재산커뮤니케이션즈였다. 이 회사는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이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작년 매출이 721억원에 이른다. 올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CJ CGV가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스크린 광고영업 일감을 몰아줬다며, 7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CJ그룹은 우선 비상장 계열사인 CJ파워캐스트를 통해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끌어안았다. 지난 10월 말 CJ파워캐스트가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합병하면서,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총수 친인척 회사'에서 CJ그룹 계열사가 됐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합병 직후 CJ파워캐스트는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주식을 교환했다. CJ파워캐스트 1주와 CJ올리브네트웍스 0.3270027주를 교환하는 방식. 합병과 주식교환 결과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파워캐스트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가 됐고, 이재환 이사가 보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지분 100%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4.83%로 바뀌었다.
이재환 이사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14.83%)외에 현금 192억원을 확보했다. 주식교환 직전인 지난 달 말 조카이자 이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씨와 이후경 씨에게 CJ파워캐스트 31만6795주(14.78%)를 팔면서다.
이 주식을 바탕으로 이선호 씨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15.84%에서 17.97%로 늘릴 수 있었다. 이선호 씨는 2014~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아버지로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15.84%)을 물려받은 바 있다. 지주사 CJ(주) 주식이 없는 이선호 씨는 앞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를 승계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씨앤아이, '불씨' 남겨
두 번째 정리대상은 씨앤아이레저산업. 이 회사는 서해 굴업도 관광단지 건설을 위해 2007년 설립된 부동산관리업체다. 이 회장과 두 자녀가 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 회사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환경 문제 등으로 굴업도 사업이 중단되면서, 씨앤아이레저산업는 사업구조와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지난해 부동산 관련 사업을 관계사인 CJ건설에 131억원에 매각하고, 안전장비·보안전문회사 SG생활안전을 16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구조를 뜯어고쳤다. 이번 달엔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42.1%) 전량을 증여했다. 이번 증여로 이선호 씨는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오르며, 2013년 CJ그룹 입사 이후 처음으로 경영권을 장악한 회사를 갖게 됐다. 이경후 씨와 그의 남편 정종환 씨도 총 19%를 증여받았다.
아울러 씨앤아이레저산업은 보유 중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옛 CJ창업투자) 180만0010주(90%) 중 82만10주(41%)를 이재환 이사에게 51억원에 매각했다. 최종적으로 이재환 이사는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지분 100%를 CJ그룹에 넘기고,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 41%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4.83%, 현금 141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앞으로 CJ와 관련없이 '가족회사'로만 운영될 것"이라며 "그간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이 일었던 계열사를 정리하고 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씨앤아이레저산업이 CJ와 무관한 회사로 운영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향후 승계과정에서 이선호 씨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처럼 논란의 싹을 완전히 제거한 것과 달리, 씨앤아이레저산업은 그룹 총수 일가 회사로 남아 논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