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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스타가 된 홈쇼핑FD '달콤쌉쌀한 하루'

  • 2017.05.04(목) 17:50

신봉길 GS샵 영상제작1팀 FD
재킷 시연 영상으로 유튜브스타..무대감독에 연기까지

"당시 비슷한 시기에 나간 김연아씨 영상보다 제 영상의 조회수가 더 높았어요. 그 캡쳐 사진이 아직도 유머사이트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돌고있는데요. 살면서 언제 이런 일을 겪어보겠어요. 저한테는 '인생짤'이자 영광스러운 일이죠. '재킷 사건(?)' 이후 PD님들도 저를 많이 찾으셔서 다른 촬영에도 많이 나가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신봉길 GS샵 영상제작1팀 FD는 사내에서 '유튜브 스타'로 통한다. 2011년 그가 시연해 보인 재킷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크게 회자됐고 아직도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화제의 짤방'이다. 훤칠한 남성모델 옆에 선 '일반인 모델' 신 FD가 호기롭게 재킷을 선보인 장면이다.

3일 서울 영등포구 GS홈쇼핑 본사에서 그를 만나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다이내믹한 홈쇼핑 무대감독(FD)의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 신봉길 FD
 
"GS샵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홈쇼핑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어머니가 주문하시는 걸 옆에서 보면서 '저런 게 있나보다'하는 정도였죠. 대부분 동기들이나 선배들도 프로덕션이나 PPL 쪽으로 취업했거든요. 그런데 몇번 보다보니 빠져들더라구요. '사야 하나'하는 마음이 계속 들고.(웃음)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게 벌써 8년째네요."

신 FD는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 유도선수의 꿈을 키웠지만 몸이 나빠져 방송으로 눈을 돌렸다. 늦게 시작한 공부에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에서는 여러 작품을 만들며 운전부터 촬영장소 섭외, 조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배웠다. 한겨울 무거운 장비를 옮겨 다니며 밤샘촬영을 해야 하기도 했지만 졸업작품 촬영을 비롯해 재미난 추억이 많다. 

대학동기 대부분은 이 같은 경험을 살려 뮤직비디오나 CF 등을 촬영하는 제작사로 취직했다. 졸업 직후 홈쇼핑에 입사한 건 신 FD가 유일했다. 신 FD가 GS샵에 입사한 2009년은 국내 홈쇼핑이 출범 14년을 맞은 해다.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국내 홈쇼핑에 연출 전공자로서는 흔치 않은 진로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같은 분야 출신의 선배들이 적지 않았다. 방송연예 전공자들은 제작부터 쇼핑호스트 등을 두루 맡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홈쇼핑을 TV 프로그램처럼 재미있게 만들어가고 있다.

"TV화면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촬영 현장에는 50명 정도가 상주해요. 상품을 진열하는 사람부터 오디오, 카메라까지 스태프가 많죠. 제 역할은 스탭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해낼 수 있도록 현장을 통제하는 일이예요. PD는 부조정실에서, FD는 스튜디오에서 지휘를 합니다. 요즘엔 직접 화면에 등장하는 일들도 많지만요.(웃음)"


홈쇼핑에서 FD 업무는 교대근무로 돌아간다. 아침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20시간 동안 24개 가량의 상품이 생방송으로 판매된다. FD들은 이 일정에 맞춰 교대로 근무한다. 1팀 3명은 각자 하나씩 프로그램을 책임진다. 생방송이 없는 날은 티커머스를 위한 촬영에 들어간다. 하루 7~8개 정도의 상품판매 영상을 사전 제작하는 일이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티커머스를 키우는 추세여서 사전제작 업무도 늘었다. 통상 모바일에서 잘팔린 상품이 티커머스용으로 제작된다. 여기서 잘된 상품이 다시 생방송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신 FD의 하루는 오전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시작된다. 한달에 한번씩 바뀌는 교대일정에서 이번달에는 아침조가 돼 '나인투식스(9시부터 6시까지)'가 가능해졌다. 업무는 사내 이메일과 상품 배정표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출근 직후 1시간 가량의 이 시간을 제외하면 업무시간 대부분을 스튜디오에서 보낸다. 스튜디오 업무는 긴장의 연속이다. 생방송인데다 고객들이 언제 어떤 요청을 해올지 모르기 때문. 신 FD를 '유튜브 스타'로 만들어준 것도 한 시청자의 문자 요청이 발단이 됐다.
 
▲ 재킷 상품을 시연하는 신봉길 FD(오른쪽)

"쏘울이라는 의류브랜드에서 새로 선보인 남성 코트를 생방송 판매할 때 일이예요. 보통 서너명의 모델이 서는데 그날은 색상이 2가지뿐인 제품이어서 모델이 1명만 나왔어요. 그런데 생방송 도중 한 고객이 '모델 말고 일반인이 입은 걸 보고싶다'는 문자를 보내왔어요. 당시 방송을 진행하던 유난희 호스트님이 '체형이 비슷한 스태프가 있는데 못 보여 드려 아쉽다'고 하자 피디님이 '한번 올라가 보지 않을래'라고 물었어요. 그래서 올라간 게 빵 터진거죠."

신 FD의 재킷 시연은 '방송사고'로 알려진 것과 달리 한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제작진의 '애드립'이었다. GS홈쇼핑에서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피드백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당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강남일PD가 '남편이 170cm에 80kg 표준 체형'이라는 고객의 말에 현장에 있던 비슷한 체격조건의 신 FD에게 시연을 부탁한 것이다.

신 FD는 잠깐 망설였지만 흔쾌히 카메라 앞에 섰다. 남은 재고가 100 사이즈밖에 없자 당시 남자호스트가 입고 있던 105 사이즈를 받아 오는 등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신 FD는 안감을 보여주는 등 능숙하게 상품 시연을 해보였고, 이에 웃음이 터진 유 호스트가 방송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뻔뻔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연스러웠지만 실은 무척 긴장되고 떨렸다고 신 FD는 이실직고(?) 했다. 이날 재킷은 매진이 됐고 사내 직원들 사이에서도 많이 팔려 'GS홈쇼핑의 교복'이 됐다. 
 
"생방송의 특성상 '아차'하는 순간들이 자주 생겨요. 알렉스 튀김 돈가스를 먹는 시연을 해보이다 너무 뜨거워서 뱉은 적도 있고요. 재작년 여름에는 방송도중 정전이 나기도 했어요. '큰일 났다, 집에 가야 하나'하고 있는데 베테랑 선임들이 척척 대응해 별탈 없이 방송이 계속됐어요."

생방송에는 돌발상황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더욱이 홈쇼핑 프로그램 대부분이 원고없이 진행되는 탓에 쇼핑 호스트들의 말솜씨와 숙련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모델들이 처음 써보는 제품의 시연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가 하면 정전, 화재 등 천재지변이 방송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본 대응 방안은 '선조치 후보고'다.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FD가 PD와 담당팀장, 본부장 등의 순으로 보고를 올려 사고를 최소화하는 체계다. 천재지변과 같은 경우에 대비한 매뉴얼도 마련돼 있다. 정전의 경우 스튜디오 한켠에 큰 발전기를 둬 7~8시간 방송을 가능케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호스트님들이 제품 연구를 정말 열심히 하세요. 베테랑이신 분들과 있으면 현장에서도 긴장을 덜하게 됩니다. 요즘에는 '왕영은의 톡톡톡' 프로그램에 들어가는데요. 왕 고문의 입담에 놀라고 현장에서 소위 '영업을 당해' 제품도 몇개 샀어요. 칫솔에 여행가방에…(웃음)"

올해로 22년째인 국내 TV홈쇼핑은 쇼핑 호스트들의 경력과 함께 진화해왔다. 왕영은, 동지현 호스트 등 20년 전 홈쇼핑에 발을 들인 호스트들이 40대에 들면서 홈쇼핑의 판매 방식도 딱딱한 소개에서 친근한 토크쇼로 바뀌고 있다. 주요 시청자층인 기혼 여성들과의 친근감을 내세워 연륜과 경험 등을 토대로 한 솔직한 후기를 제공하는 식이다.

과거 호스트들이 제품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면 요즘에는 상품기획(MD)과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판매되는 제품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GS홈쇼핑에서 고문 역할도 하는 왕영은 호스트의 경우 방송전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씩 제품을 직접 사용하며 연구한다. TV홈쇼핑의 또 다른 변화중 하나는 의류와 화장품 등 유형상품 중심에서 여행상품과 렌탈서비스 등 무형상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전화와 문자를 거쳐 카톡, 앱 등으로 진화한 고객 피드백시스템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 GS샵 모바일 앱 홍보영상에 출연한 신 FD.

"매출이 분단위로 나오기 때문에 현장은 정말 바쁘게 돌아가요. 하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제품들도 많이 알게 돼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유튜브 스타'가 된 다음부터는 촬영에도 많이 나가는데요. 작년 드라마 '태양의후예'가 한창 인기를 끌 때는 문천식씨와 함께 패러디 영상을 찍었어요. 제가 송혜교 역할을 맡았는데 문천식씨가 직접 연기지도까지 해주셔서 연기력도 나날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 FD가 처음 방송에 출연한 건 2010년. GS홈쇼핑의 코너 '똑소리 살림법'에서 음식을 먹는 역할이었다. 같은 해 우리들체어 판매 영상에서는 비포 모델로 자세가 불량한 남학생 역할을 했다. 2011년 화제가 된 재킷 시연 이후로는 사내 PD들로부터 더 잦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후 제습기 홍보영상에서 조연급 '습기맨' 역할을 맡는가 하면 작년 추석에는 영화 부산행의 패러디물 추석행에서 문천식씨와 호흡을 맞췄다. 문씨가 
좀비 역을, 신 FD가 마동석 역을 연기했다. 이밖에도 LG 정수기 판매 영상에서 의리를 강조하는 김보성 역할, GS샵의 모바일 앱 홍보 영상에서 아주머니 역할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다. '배역과 스스로를 동일시해야 한다'는 나름의 연기철학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올해 소개팅에서 저를 '유튜브 스타'로 알아봐 준 분께 장가갑니다.(웃음) 결혼식에서 문천식씨가 사회를 봐주시기로 했는데요. 일하면서 참 많은 것 얻어갑니다. 앞으로도 GS홈쇼핑에서 재미를 담당하는 FD로 활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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