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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워치]①덩치는 커졌지만

  • 2018.01.25(목) 10:11

89년 첫 등장 이후 급성장…최근 성장세 주춤
시장 포화+최저임금 인상 악재…차별화 모색

국내 편의점 시장은 2016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발맞춰 국내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하지만 올해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신규 출점이 확연히 줄고 있다. 국내 편의점 산업의 과제와 업체별 현황 등을 폭넓게 짚어본다. [편집자]


국내 편의점 산업의 역사는 길지 않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한참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미국과 일본을 앞지른 지 오래다. 편의점은 이제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편하게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편의점은 단순히 상품 판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택배와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점포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편의점 산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많은 소비자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을 더욱 선호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도 악재로 꼽힌다. 일각에선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1인 가구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편의점 산업의 성장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 89년 첫 편의점…29년 만에 4만여 개로 성장

국내 편의점 산업의 시작은 1981년 뉴코아가 서울 반포에 개점한 '뉴타운'이었다. 이어 1982년 롯데쇼핑이 론칭한 '롯데세븐', 같은 해 한양유통이 설립한 '한양스토어' 등이 잇따라 생겨났다. 하지만 이 매장들은 당시 소비 방식 등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이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국민 소득이 급격하게 늘면서 편의점 산업은 다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1989년 당시 코리아제록스의 모기업인 동화산업이 설립한 코리아세븐이 미국 '사우스랜드(The South Land)'와 기술 제휴로 오픈한 세븐일레븐 1호점(올림픽선수촌점)이다. 세븐일레븐 1호점은 현재까지 남아있다. 국내 최초 편의점인 셈이다. 90년대 들어 훼미리마트(현 CU), LG25(현 GS25) 등이 생겨났고, 그 외 많은 편의점 브랜드가 흥망성쇠를 반복했다.

▲ 89년에 문을 연 국내 첫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

현재 편의점 경쟁 구도가 갖춰진 건 90년대 중반부터다. 1994년 롯데쇼핑이 코리아세븐을 인수한 데 이어 '로손(Lawson)', '바이더웨이(Buy the Way)'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지금의 CU, GS25, 세븐일레븐의 3강 구도를 갖추게 됐다. 여기에 신세계의 이마트24와 미니스톱 등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첫 편의점이 문을 연 지 29년째로 접어드는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작년 말 기준 약 4만여 개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보다 각각 60년, 20년 늦게 시작했지만 성장 속도는 훨씬 빠르다는 분석이다. 국내 유통시장에서도 편의점의 위치는 확고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편의점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평균 11.05%로 백화점(1.2%), 대형마트(-0.2%)와 비교해 월등히 앞선다.

◇ 성장세 '주춤'…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

하지만 최근 들어 편의점 산업의 성장세는 주춤한 상태다. 2016년 사상 처음으로 편의점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지만 성장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편의점 산업은 기본적으로 신규 출점을 통해 매출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동안 편의점 업체들이 치열하게 출점 경쟁을 펼쳤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작년에는 1인 가구 증가 등의 호재가 있어 일정부분 매출을 버텨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인상했다. 편의점은 사업의 특성상 아르바이트생 등을 많이 쓴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는 곧 점주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행보에 편의점 점주들이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 자료 :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이에 따라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는 신규 출점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점주가 두 개 이상 점포를 가지고 있는 경우 비용 부담을 감당치 못하고 일부 점포를 폐점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CU와 GS25, 세븐일레븐의 전월 대비 점포 순증 수는 83개에 그쳤다. 전월의 217개, 지난해 같은 달 180개와 비교하면 최소 절반 이상 줄었다.  

아울러 오랜 기간 업체들 간 출점 경쟁으로 국내 편의점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편의점의 점포당 배후인구는 약 1300명 선이다. 일본과 대만(2200여 명), 중국(3000여 명)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인구대비 편의점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야기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심야영업 포기, 소비자들의 모바일 쇼핑 이동 등이 맞물리면서 편의점 업계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다.

◇ 차별화된 서비스 등으로 활로 모색

그런데도 편의점 산업의 성장성에 대해 낙관적인 분석도 여전하다. 1인 가구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31.3%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편의점 매출이 늘었던 이유도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있다. 소량 소비라는 니즈를 편의점이 채워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1인 가구 증가만 바라보다간 현재 난관을 타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최근 1인 가구들이 편의점이 아닌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가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와 홈쇼핑 업체 등도 온라인 쇼핑을 강화해 1인 가구 잡기에 나선 상태다. 편의점으로서는 든든한 매출처를 빼앗기게 된 셈이다.

▲ 편의점 업계는 무인택배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들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잡으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무인택배서비스 확대, 각종 금융서비스 제공, 1인 가구를 위한 가정간편식(HMR) 라인업 강화는 물론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설 선물까지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무인결제시스템 등을 도입해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며 "업체별로 출점 경쟁보다는 현재 갖춰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더욱 실질적이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계속 찾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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