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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마트24, 메기냐 미꾸라지냐

  • 2018.04.25(수) 10:10

공격적인 몸집불리기와 차별화 정책 이슈
다른 편의점들, 편의점협회 가입도 견제구

"경쟁사지만 협회에 가입해 한목소리를 내면서 상생하려고 합니다."(이마트24 관계자)
"글쎄요. 협회 가입은 만장일치인데 가입이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다른 편의점 관계자)


우리나라 편의점 점포는 어느새 4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말 그대로 '편의점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한 숫자입니다. 이 편의점들을 대표하는 협회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협회)입니다.

요즘 이 협회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점포 수 기준으로 업계 4위인 이마트24가 이 협회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두고서입니다.


협회의 회원사는 현재 CU와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5개사입니다. 모두 1990년도쯤 1호점을 출점한 '장수업체'들이죠. 반면 이마트24는 2000년대에 생긴 위드미가 전신으로 지난해부터 이마트24로 리브랜딩을 시작한 신생업체입니다. 

이마트24가 신생업체긴 하지만 국내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신세계 그룹을 등에 업고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선두권 편의점들이 점포 수를 늘리는 속도를 줄여가고 있는 사이 후발주자로 빠르게 몸집을 늘리고 있는데요. 올해에만 매달 100개 가까이 점포를 늘리면서 지금은 미니스톱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서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협회사가 될 만도 한데 이마트24의 가입 여부가 왜 이슈가 되는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이 이유들이 국내 편의점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 이마트24의 '3무 전략'이 껄끄러운 경쟁사들


일단 기존 협회사들은 대체로 이마트24의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인데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게 바로 이마트24의 '3무(無) 전략'입니다.

3무란 점주에게 로열티와 점포 해지 위약금을 받지 않고, 24시간 영업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기존 편의점의 전략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결국 협회에서 이마트24와 다른 편의점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겁니다.


사실 기존 편의점들이 이마트24의 3무 전략을 꺼리는 이유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마트24가 전략적으로 그랬는지, 우연히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3무 정책은 이번 정권의 정책 방향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뒤 프랜차이즈의 '갑질'이 화두가 되면서 편의점의 24시간 업무 강요와 로열티, 점포 해지 위약금 등이 더욱 이슈가 됐는데요. 이마트24가 이걸 안 하겠다고 내세우니 다른 편의점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인 겁니다.

◇ '뒤늦게' 점포 수 늘리는 이마트24

협회 가입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이마트24가 '뒤늦게(?)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도 경쟁사에는 부담입니다.

기존 편의점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려오다가 최근에는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속도를 줄이는 분위기인데요. 이제는 다 같이 점포 수보다는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마트24만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점포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이마트24가 '담배 없는 편의점'도 불사하며 점포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상품인데요. 이 때문에 기존에는 담배 영업권을 고려해 점포를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마트24는 담배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점포를 내는 경우가 잦다는 주장입니다.

편의점 업체 관계자들은 국내 편의점 시장이 워낙 포화 상태인 탓에 조만간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마트24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이를 빠르게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어쨌든 이마트24는 앞만 보면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24일 현재 점포 수는 2993개로 이번 주에 3000개를 돌파할 전망입니다. 이마트24는 올해 4000개, 내년에는 5000개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이마트24의 협회 가입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게다가 편의점산업협회 가입은 협회사의 만장일치 방식이어서 가능성은 더욱 낮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런 분위기가 바뀌려면 양측의 입장이 비슷해져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마트24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뒤 숨 고르기를 하기 시작하거나 혹은 기존 업체들이 대내외적인 이유로 경영 전략을 바꾼 뒤에야 이마트24가 협회 식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계에 직면한 국내 편의점 시장과 이 와중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마트24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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