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인 유통 매장인 백화점과 마트를 찾았던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발길을 돌린겁니다. '편리한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만들어낸 쇼핑 트렌드의 변화입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성장율은 전년대비 13.2% 증가했습니다. 반면 오프라인 업체의 경우 3% 성장에 그쳤습니다. 온라인이 쇼핑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빠진 것은 유통업체들입니다.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온라인 사업 강화로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신세계입니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온라인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발빠르게 SSG.com를 론칭해 온라인 사업을 통합한데 이어 온라인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천명했습니다.
경쟁사인 신세계의 발빠른 움직임을 바라보는 롯데의 속이 편할 리 없습니다. 선수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사실 롯데도 그동안 내부적으로 온라인 사업 강화 전략을 스터디해왔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갈 지에 대한 고민이 늘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신세계의 SSG.com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기는 했지만 쉽게 나설 수는 없었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롯데는 그동안 각 계열사별로 온라인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큰 카테고리로는 유통업을 하는 계열사들이었지만 다들 각자 사업의 성격이 달랐습니다. 그러다보니 과연 이를 합쳐서 시너지가 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던겁니다. 아울러 롯데 특유의 '신중함'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데에 일조를 했습니다. 온라인 사업 강화는 오프라인 유통업 전통의 강자인 롯데에게 큰 변화이기에 더욱 그랬을 겁니다.
그랬던 롯데가 드디어 결정을 내렸습니다. 롯데는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의 온라인몰을 통합키로 했습니다. 여기에 3조원 가량을 투자해 오는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를 달성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유통업계 1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온라인 사업 강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롯데의 입장을 감안하면 다소 파격적인 행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통합안에 내부적으로 반대는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이번 전략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각 계열사별로 이해관계가 얽혀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홈쇼핑과 롯데면세점입니다. 홈쇼핑과 면세점의 경우 온라인 사업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들입니다. 그런만큼 통합에 난색을 표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런 내부의 반발을 무마한 사람이 바로 이원준 부회장입니다. 이 부회장은 롯데의 유통 BU장입니다. 롯데의 유통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역할은 지금 매우 중요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부재중이어서입니다. 그룹의 근간인 유통사업을 총괄하는 만큼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에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번 계획을 밀어 붙였습니다.
▲ 롯데는 지난 15일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업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가 온라인 사업 통합 및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더 이상 답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오프라인만을 부여잡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온라인이 대세로 자리잡은 만큼 이를 육성함과 동시에 오프라인과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한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트렌드에 맞춰 강력한 온라인 사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내부 진행상황을 알아보니 이 부회장이 강력하게 이번 일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통 사업 내 UX와 IT인력 통합도 진행 중입니다. 각 사 온라인 관련 인력부터 합쳐 강력한 시너지를 낼 준비를 갖출 준비를 하는겁니다. 그리고 롯데쇼핑이 유통사업의 중심인 만큼 그 가운데에 롯데쇼핑을 세웠습니다. 최근 있었던 기자 간담회에 그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가 나섰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롯데는 자타공인 유통 1위 기업입니다. 그래서 롯데의 움직임은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다만 온라인 사업 통합은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향후 통합작업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저력이 있는 만큼 생각보다 빨리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롯데에게는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가 던진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낼 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