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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80원으로 더 투명해진 아파트 관리비

  • 2018.05.24(목) 14:32

300세대 이상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의무 시행 3년
회계처리 투명해져...저가수주로 감사질 저하 우려

 
300세대 이상 규모의 아파트 단지 관리비에 대한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된 지 3년이 흘렀습니다. 올해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들었죠. 
 
당초 외부감사 의무화에 따라 감사비용이 늘어나면 아파트 관리비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컸는데요. 3년이 지난 지금 관리비 인상에 대한 우려는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우려했던 것보다 세대별 월 회계감사비용 부담이 적고, 회계감사에 따른 관리비 회계 투명화로 관리비가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의무감사 시행 첫해인 2015년 전국 아파트 단지(공동주택)의 평균 외부회계감사보수는 213만9000원으로  2014년 96만9000원에 비해 117만원 늘어났는데요. 비율로 보면 120.7%가 증가했지만 세대별 감사비용 부담은 감사의무가 있는 최소 단지규모인 300세대를 기준으로 해도 연간 3900원이고 월단위로는 325원이었습니다.
 
특히 해가 갈수록 회계사들간의 수주 경쟁이 심해져서 전국 아파트단지의 평균 외부감사비용은 2016년에 158만7000원으로 떨어졌고, 2017년 9월말 기준으로는 142만1000원까지 내려갔습니다. 
 
■ 아파트 회계감사 단지별 평균비용 증가분
▶2014년 대비 2015년 : 연평균 117만원 / 월평균 9만7500원
▶시행전 3년 대비 시행후 3년 : 연평균 64만원 / 월평균 5만3300원
 
■ 아파트 회계감사 세대별 평균비용 증가분
▶2014년 대비 2015년 : 연평균 3900원 / 월평균 325원
▶시행전 3년 대비 시행후 3년 : 연평균 2130원 / 월평균 180원
 
시행 이후 3년 동안 평균 감사비는 171만6000원 꼴인데요. 시행 전 3년 평균 감사비 107만6000원보다 64만원 늘어난 것으로 300세대 기준 세대당 월 부담은 180원 수준이 추가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대당 월 180원 정도를 감사비용으로 부담하는 대신 관리비 회계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대다수 단지는 전체 관리비 부담이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2017년 아파트 회계감사로 확인된 회계처리 위반사례는 929건에 달했는데요. 자산과 부채의 과대·과소계상(278건), 장기수선충당금의 과소·과대계상(187건), 수익비용의 과대·과소계상(139건), 증빙자료 누락(89건) 등 관리비가 제대로 회계처리되지 않는 사실이 무더기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자금횡령과 부당자금인출 사례도 16건이 확인됐죠.
 
특히 회계사들이 회계감사 후 감사보고서에 남기는 '개선권고'사항은 관리비 절감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회계처리가 잘 됐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리비 절감 팁까지 전달해주는 셈이죠.
 
2017년 감사에서는 9000건의 감사보고서에서 4만1226건의 개선권고가 있었는데 이 중 27.1%인 1만1172건이 관리비의 부과기준 수립 및 적용에 대한 개선 권고였습니다. 또 관리비 집행(11.3%), 관리외 잡수익의 관리(11.1%), 관리비 징수방법 및 회수(5%)에 대한 권고도 적지 않았죠.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대표들이 회계감사에서 지적된 개선권고사항을 모두 지켰다고 가정하면 9000개 아파트 단지에서 2017년보다 2018년에 총 1518억8000만원의 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공인회계사회 아파트 관리비 감사 자료) 단지당 1758만원꼴로 300세대 기준으로는 세대당 5만8600원, 월 4900원 가량의 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죠.
 
■ 관리비절감 개선권고 분야별 절감효과(2017년 감사보고서 기준)
▶관리비 부과부분 : 425억4900만원
▶관리비 징수부분 : 84억1900만원
▶관리비 사용부분 : 5억4900만원
▶관리외 수익부분 : 936억7500만원
▶자산관리부분 : 64억3200만원
▶기타 : 2억5600만원
▶총 절감효과 : 1518억8000만원 / 세대당 월 4900원
 
물론 아파트 회계감사 의무화의 숙제도 남아 있습니다. 회계사들도 사람인지라 옳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지난해 전국 9009개 아파트 단지의 회계감사보고서를 감리(감사결과에 문제가 있는지를 회계사회가 금감원의 위탁을 받아 점검)해보니 1800개 단지에서 회계사의 부실감사가 확인됐습니다. 공사계약 검토나 장기수선충당금 부과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한 경우가 특히 많았습니다.
 
일부 회계사들이 감사보수를 깎아주는 걸 미끼로 대량으로 감사계약을 따낸 후 감사는 소홀히 한 까닭인데요. 심지어 저가입찰을 통해 156개 단지를 혼자서 수임한 회계사도 있었습니다. 1개 회계법인이 1049개의 아파트를 감사하는 현상도 나타났고요.
 
회계업계에서는 자율수임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정도진 중앙대학교 교수는 "감사를 받는 '입주자 대표회의'가 감사인을 선정하는 구조여서 비리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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