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을 이끌던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유가족들은 거액의 상속세를 내게 될 전망입니다. 그가 남긴 핵심 재산인 LG 주식 1945만8169주(11.28%)는 주식 가치만 2조원에 달하는데요.
경영 후계자인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고스란히 주식을 물려받거나 LG일가 상속인들이 지분을 나눠 갖더라도 1조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LG일가의 상속세 신고와 납부는 어떻게 되는지 국세청과 세무사들을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 11월30일까지 세무서에 신고
우선 상속세 신고기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재산을 상속받는 유족은 상속개시일(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관할 세무서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합니다.
구 회장의 상속개시일이 5월20일이므로 11월30일까지 신고하면 되는데요. 신고기한을 지킬 경우 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속세액이 1조원이라면 신고세액공제를 통해 500억원을 줄일 수 있는 셈이죠.
만약 신고기한을 넘기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뿐만 아니라 가산세까지 내야 합니다. LG일가는 앞으로 6개월간 경영권 승계와 재산 상속에 대한 내부 검토를 거쳐 11월말께 상속세 신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 LG 지분 상속세 9272억원
구 회장이 보유한 (주)LG 주식은 유가증권 상장주식이기 때문에 세법에 따라 가치를 평가해야 합니다. 유가증권 주식은 사망일 전후 2개월씩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는데요.
사망일 5월20일을 기산점으로 3월21일부터 7월19일까지의 평균 주가를 따져봐야겠죠. 지난 두 달간 LG주식의 평균 주가 8만3637원을 기준으로 1945만8169주를 환산해보면 주식 가치는 1조6274억원입니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상속받으면 20% 할증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과세표준은 1조9529억원이 되고 상속세 최고세율(50%)과 신고세액공제(488억원)를 적용하면 실제로 납부할 상속세는 9272억원입니다.
# 나눠 받아도 상속세 불변
증여세는 재산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질 경우 세액을 줄일 수 있지만 상속세는 이런 방식의 절세가 불가능합니다. 상속인 수나 유산의 배분 내용에 관계없이 사망자의 유산 총액을 과세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 회장의 LG 주식을 상속인들이 나눠 가져도 상속세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 9272억원은 상속인들끼리 나눠서 세무서에 내야 한다는 얘기죠.
배우자 공제(최대 30억원)나 자녀 상속공제(5000만원)를 적용하면 세액을 줄일 수 있는데요. LG 주식의 경우 상속재산의 과세표준이 2조원에 달하는 거액인 만큼 공제 효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 공익법인 출연하면 절세
기업 오너가 보유하던 주식을 상속인들이 공익법인에 출연하면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습니다. 공익법인 출연 주식은 보유 지분의 5%까지 상속재산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세액이 줄어들게 되죠.
구 회장이 이사장을 맡았던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에는 현재 (주)LG의 주식 0.33%와 2.13%가 각각 출연된 상태입니다. LG가 이들 공익재단에 주식을 추가로 출연하면 상속세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구 회장의 주식 5%를 공익재단에 출연한다면 LG일가가 내야할 상속세는 5160억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공익법인 주식은 상속세 신고기한 내에 출연해야 과세재산 제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연부연납으로 5년간 분납 가능
결국 LG일가는 상속세 신고 후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국세청에 내야 하는데요. LG 주식은 상장주식이기 때문에 현금 대신 물납(주식)으로는 낼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6개월 내에 수천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긴 힘든데요.
이처럼 상속세액이 많은 경우에는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거액의 상속재산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구성돼 있을 경우 세금을 납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제도입니다.
상속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연부연납이 가능하며 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으면 5년간 나눠서 납부할 수 있습니다. 이자율은 연 1.8% 수준입니다.
고경희 우덕세무법인 대표세무사는 "세액이 크기 때문에 연부연납을 이용하더라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상속주식의 일부를 처분해 현금화하거나 상속인들이 지분을 나눠갖고 세금도 같이 부담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